섬유-유화업계 “IT로 GO”

  • 입력 2006년 3월 24일 03시 08분


한국의 섬유산업과 석유화학산업이 ‘진화’하고 있다.

중국의 추격과 공급 과잉에 따른 위기의 돌파구를 정보기술(IT) 관련 소재(素材) 분야에서 찾으려는 노력이 활발하다.

섬유업계는 IT산업의 ‘근육’에 해당하는 첨단소재산업을, 유화업계는 IT산업의 ‘심장’에 해당하는 전지(電池)산업을 각각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삼고 있다.

○ 섬유업계는 첨단소재로 간다

제일모직은 20일 일본 아사히카세이케미컬과 폴리카보네이트(PC) 기술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PC는 휴대전화, 노트북 컴퓨터, 액정표시장치(LCD)에 사용된다. 우상선 제일모직 부사장은 “고수익 위주로 사업구조를 바꿔 소재 전문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제일모직은 휴대전화, 모니터 외장재 중심의 화학사업 분야와 반도체 LCD 부품 등 전자소재 분야의 매출 비중이 2004년 57.9%로 처음 절반을 넘었다. 올해에는 비중이 더 높아질 전망이다.

연구 역량도 이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경기 의왕시에 전자재료 및 케미컬연구소 전용 13층 건물을 신축하고 연구인력 157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제일모직이 첨단소재 분야 연구원들을 다 쓸어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삼양사도 22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공장 준공식을 열었다. 전기·전자부품에 사용되는 첨단소재를 연 1만 t 생산할 예정이다.

이 회사의 화학·전자소재 부문 비중은 △51.5%(2001년) △58.7%(2003년) △64.0%(2004년)로 매년 크게 늘고 있다.

코오롱은 광학성 필름과 프리즘 필름 등 LCD 소재 분야에 진출해 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개발도 완료해 상용화를 기다리고 있다. 효성 역시 전자소재사업 진출을 검토하는 등 섬유업계에는 지금 첨단 소재 열풍이 불고 있다.

○ 유화업계, 전지사업을 주목하라

유화업체들은 전지사업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고도 화학반응의 결정체인 전지와 유화업체의 기초화학 기술이 연관돼 있는 데다 휴대전화, 노트북 컴퓨터 등 휴대용 IT 제품이 늘면서 관련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이 분야로 눈을 돌린 LG화학의 2차전지 개발 기술은 이미 세계적 수준에 이르렀다. 2차전지는 한 번 쓰고 버리는 1차전지와 달리 여러 차례 재충전해 사용할 수 있는 전지다.

최근 일본과 대만 경쟁사의 2차전지 공장 신증설로 경쟁이 치열해져 수익성이 주춤하고 있지만 2차전지를 포함한 정보전자 소재 산업이 유화업계의 미래 성장동력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SK㈜도 주력사업인 원유정제사업에서 자동차용 연료전지사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초고유가 시대가 예상되는 데다 환경 규제까지 강화되자 석유에너지를 대체할 신규 사업에 뛰어든 것.

대우증권 임진규 수석연구위원은 “국내 유화업체들이 범용 석유화학제품으로는 장기 성장성 확보가 어려워지자 IT 같은 유망한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무늬만 소재기업’이 아니라 내실을 갖출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첨단 소재산업에서 원천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채 ‘후(後)가공’에 그치는 곳이 많다는 것.

LG경제연구원 홍정기 연구원은 “일본의 섬유 화학 기업들은 독점 기술로 영업이익률이 50%에 육박한다”며 “자체 기술력을 확보해 수익을 높이는 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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