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中企 ‘인파’의 기술대출 성공 스토리

  • 입력 2005년 10월 7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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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 일산테크노타운에 있는 인파 사무실에서 5일 손규하 사장(왼쪽)과 직원들이 특허를 받은 제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권주훈 기자
경기 고양시 일산테크노타운에 있는 인파 사무실에서 5일 손규하 사장(왼쪽)과 직원들이 특허를 받은 제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권주훈 기자
기술은 우수하지만 담보나 매출이 없는 중소기업에 은행 대출은 ‘그림의 떡’이다. 은행이 대출 심사를 할 때 매출 규모 등 재무구조 평가 비중이 50%를 넘기 때문.

주식회사 인파는 은행 대출은 꿈도 꾸지 못하는 그런 기업이었다.

인파는 직원 8명의 작은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5000만 원. 특수 용지를 만들지만 자체 공장은 없다.

오로지 기댈 수 있는 건 기술력. 벽에다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는 휴대용 화이트보드와 화이트보드처럼 썼다 지웠다 할 수 있는 프린터 출력용지로 각각 2003년과 올해 특허를 받았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서는 인파의 특허 가치를 9억 원으로 산정했다.

자금 부족으로 사업을 접을 뻔했던 인파는 벤처기업의 기술가치를 평가하고 대출을 해 주는 산업은행의 ‘기술대출’로 살아났다.

○ 산업은행의 ‘기술대출’을 받기까지

인파는 기술 개발에만 3억 원을 투자했다. 군 출신의 손규하(孫圭河·51) 사장은 특수 처리 없이 프린트만 하면 그 위에다가 썼다 지웠다 할 수 있는 군 작전 지도용 출력 용지를 만들면 대박이 나겠다는 아이디어 하나만 가지고 사업을 시작했다.

2002년부터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돈을 대며 개발해 달라고 했다. 이렇게 해서 기술력은 갖췄지만 생산 공장이 없었다. 전국의 공장을 돌며 “제발 샘플 좀 만들어 달라”고 통사정을 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기는 힘들었다. 지난해 일본 제지회사 KPP에서 직접 찾아와 연간 1000만 달러 계약을 맺었지만 연말에 보낸 제품에는 하자가 많았다. 마땅한 생산 공장이 없기 때문이었다. KPP는 제대로 된 제품이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다.

자금은 곧 바닥이 났다. 위암 수술을 받은 후 퇴역한 손 사장은 다시 담배를 입에 댔다.

“매일 뜬눈으로 밤을 새우며 특허권을 일본에 넘길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기술개발 한답시고 4년간 집에 한 푼도 못 갖다 줬습니다. 매출이 없어 은행에는 명함도 못 내밀고 있는데 산업은행 기술대출을 알게 됐죠.”

기술만으로 심사하는 산업은행의 ‘기술력 우수벤처기업 대출’은 인파에 ‘가뭄에 단비’였다. 산업은행은 2개월간의 꼼꼼한 실사 작업을 벌인 뒤 올해 7월 4억8000만 원을 대출해줬다. 인파는 일본뿐 아니라 독일과 싱가포르 등지로 제품을 수출할 수 있게 되면서 매출이 올해 하반기에만 3억 원으로 늘어났다.

실사를 담당한 산업은행 산업기술부 박형일(朴亨一) 차장은 “인파는 영세업체지만 기술력이 있고 사장의 의욕이 강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 국내 기술대출은 걸음마 단계

벤처기업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시작된 산업은행의 기술대출을 통해 올해 2월 이후 19개 업체에 76억3000만 원이 지원됐다. 모두 인파처럼 기술력 하나만 믿는 업체들이다.

산업은행은 기술대출 강화를 위해 변리사를 행원으로 채용하는 등 8월 기술가치평가 인원 6명을 보강했다.

그러나 시중은행에서는 기술 대출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영세 업체들은 언제 부도가 날지 몰라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인파의 두 특허 상품▼

○ 프리보드

플라스틱 필름으로 된 기능성 화이트보드. 정전기를 이용해 아무 벽에나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다. 회의 때 사용하거나 월 계획표 등으로 이용할 수 있다.

○ 플러스매직

잉크젯 프린터 출력 용지로 프린트 한 뒤 위에 썼다가 지웠다 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한 제품. 군 작전 지도 등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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