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금천 패션타운 “규제가 밉다”

  • 입력 2004년 12월 28일 1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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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금천구 가산동 서울디지털산업2단지내 금천패션타운의 한 거리. 이 일대는 최근들어 값싸고 질좋은 유명 브랜드 의류를 파는 패션타운으로 인기를 끌고 있으나 법상 산업단지로 지정돼 있어 지역발전에 제한을 받고 있다. 권주훈기자
서울 금천구 가산동 서울디지털산업2단지내 금천패션타운의 한 거리. 이 일대는 최근들어 값싸고 질좋은 유명 브랜드 의류를 파는 패션타운으로 인기를 끌고 있으나 법상 산업단지로 지정돼 있어 지역발전에 제한을 받고 있다. 권주훈기자
28일 오후 서울 금천구 가산동 60 일대 ‘금천 패션타운’ 거리.

도로 곳곳에 세일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유명 브랜드 로고 옆에 ‘초특가’ ‘창고 대개방’ ‘염가상설매장’ 등의 문구가 씌어 있고, 쇼핑백을 든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하루에 2만여 명이 찾는다는 대형 의류 할인매장 ‘마리오Ⅰ’에 들어섰다. 8층짜리 건물 외관뿐만 아니라 지오다노 게스 시스템 캠브리지 등 유명 브랜드 매장이 들어선 1, 2층 내부는 동대문이나 명동의 대형 패션몰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현재 이 거리에서는 신사복 숙녀복 캐주얼복과 패션 소품들을 시중 가격의 30∼70%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1, 2층에는 고객이 붐비는데도 3, 4층으로 올라가자 엘리베이터 주변에만 매장이 있었으며 주변 공간은 빈 채로 방치돼 있었다. 그나마 매장은 이게 전부였다.

이는 이 건물이 상업지역의 의류매장이 아닌 준공업지역의 아파트형 공장이기 때문.

마리오Ⅰ을 비롯해 건축면적 5000평 이상의 대형 의류 할인매장이 9곳이나 있는 금천 패션타운은 법상 산업단지로 지정돼 있는 서울디지털산업2단지(옛 구로공단2단지·11만9000평) 내에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패션거리다.

구로공단은 1960, 70년대 수출산업공업단지 개발조성법에 의해 노동집약적 제조업 공업단지로 조성됐으나 외환위기 이후 많은 공장이 지방이나 중국, 동남아로 이전했다.

공장들이 떠난 대신 막 출하된 옷이나 재고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모여들면서 공장 직영 상설매장이 많이 들어섰다. 그 후 상설매장→대형 아웃렛→유통단지의 과정을 거쳐 현재는 패션타운이 된 것.

하지만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산집법)’에 따라 산업단지 내의 건물은 건물 면적의 일정 비율 이내(대략 20%)에서만 매장을 만들 수 있다. 나머지 공간은 대부분 생산공장으로 사용해야 하며 특히 매장을 갖고 있는 업체는 원칙적으로 건물 내에 공장이 있어야 한다.

실제로 매장이 빽빽이 들어선 1, 2층과 달리 마리오Ⅰ 5, 6층의 봉제공장들은 널찍한 공간을 쓰고 있었다.

마리오Ⅰ의 한상태 점장은 “건물 안에 공장이 있어야 옷을 팔 수 있기 때문에 매장을 유지하기 위해 5, 6층에 공장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 점장은 “이곳은 토지 실거래 가격이 평당 1000만 원이 넘기 때문에 공장이 들어설 땅이 아니다”며 “중국이나 동남아에 있어야 할 봉제공장이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로 패션거리 한복판에 묶여 있다”고 주장했다.

금천구도 산업단지 지정을 해제해 달라고 21일 국회에 청원서를 제출했다.

금천구 임동팔 산업단지관리팀장은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권인데 공단관리계획에 허용된 시설만 설치해야 해 도로, 공원, 녹지 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수십 년 전의 필요에 의해 이뤄진 산업단지 지정이 이제는 오히려 지역균형발전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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