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벤처 거품’ 再發없어야 한다

  • 입력 2004년 12월 26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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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침체에 빠진 벤처기업을 살리기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코스닥시장 규제를 풀어 자금이 원활하게 흐르도록 하고, 바이오 등 민간투자가 취약한 부문에 대해 4년간 11조 원 이상을 지원하겠다고 한다. 사업에 실패한 벤처 기업인이라도 비리나 도덕적 해이가 없었다면 정부가 보증 지원을 해주는 ‘패자부활제’를 시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벤처기업 활성화는 투자 위축과 주력산업 노후화에 발목 잡힌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추진해볼 만한 방안의 하나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 때 경험했듯이 잘못된 벤처 지원 정책은 한탕주의를 만연시키고, 국가적 자원을 낭비하며, 많은 투자자에게 손실을 끼친다. 철저한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이번에도 비슷한 잘못을 되풀이할 수 있다.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자신이 김대중 정부의 정책당국자로 있으면서 강조했던 ‘신경제를 위한 벤처 육성론’의 실패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정부는 벤처기업 숫자 늘리기 등 수량 위주 정책과 ‘퍼붓기 식’ 직접지원을 해서는 안 된다. 이런 정책은 사이비 벤처기업을 양산하고, 비리와 부패를 낳기 쉽다. 정부는 기업가정신을 꺾는 제도적 걸림돌을 제거하는 데 주력하고, 지원이 꼭 필요한 분야에 대해서는 기술력과 성장가능성을 잣대로 옥석(玉石)을 철저히 가려야 한다. 만에 하나라도 벤처 지원이 또다시 정경유착과 각종 ‘게이트’를 낳는 일은 없어야 한다.

벤처 기업인들도 반성해야 한다. 정책의 틈을 파고들어 기술 개발보다는 ‘머니게임’에 열중했던 일부 행태가 재현되지 않도록 업계 스스로 풍토를 일신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정치권과 정부에 기댄 벤처기업이 성공한 곳은 없다. 정부와 업계는 이 분명한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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