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1조2000억 증자싸고 힘겨루기

  • 입력 2004년 12월 14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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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카드의 자본금 1조2000억 원을 올해 안에 보충하는 문제를 놓고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LG그룹이 또다시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LG그룹이 갖고 있는 LG카드 채권 8750억 원을 자본금으로 바꾸라는 채권단의 요구는 올해 1월 채권단과 LG그룹이 만든 ‘확약서’에 없는 내용인 것으로 확인됐다.

채권단은 29일까지 LG그룹이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LG카드를 청산하겠다고 밝히자 일부 전문가들은 “채권단의 압박은 반(反)시장적 횡포”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확약서 내용에 없는 추가 출자=채권단과 LG그룹은 올해 1월 9일 LG카드 지원 대책에 합의하며 ‘확약서’를 작성했다.

채권단이 LG카드 보유 채권 3조5000억 원을 자본금으로 전환하는 대신 LG그룹은 1조1750억 원을 내 LG카드 채권과 기업어음(CP)을 사는 것이 골자.

특히 LG그룹은 사들인 채권 가운데 5000억 원을 후순위 전환사채(CB)로 바꾸겠다는 약속을 하고 LG투자증권 지분 18.67%도 내놓았다.

‘확약서’에는 LG그룹이 8750억 원을 출자전환해야 한다는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LG그룹 관계자는 “당시 채권단이 지정한 회계법인의 실사에 따라 지원 규모가 결정됐고 LG그룹은 이를 모두 이행해 더 이상 책임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산은 나종규(羅鍾珪) 이사는 “이번 협상은 ‘확약서’를 쓸 때 예상하지 못한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새로운 논의”라고 설명했다.

▽“1조2000억 원 증자(增資) 안 하면 청산”=LG카드에 대한 추가 지원 문제는 올해 7월 6일 산은 유지창(柳志昌) 총재가 “LG카드에 연말까지 1조 원 이상을 증자해야 한다”고 밝히며 시작됐다.

LG카드의 손실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커져 부채가 자산보다 많아졌고 9월 말 현재 자본은 마이너스 상태다.

내년 3월까지 최소 1조2000억 원의 자본금을 보충하지 않으면 주식의 증권거래소 상장이 폐지되고 회사가 청산될 위기에 처한 것.

산은 최용순(崔容淳) LG카드지원단장은 “자산유동화증권(ABS) 조기상환 문제가 생기고 채권시장에서 자금 융통이 어려워져 청산이 불가피하게 된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과거 LG카드의 대주주였던 LG그룹도 도의적 사회적 책임이 있는 만큼 채권 8750억 원을 자본금으로 바꿔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과거 대주주의 책임론에 대한 의견=최 단장은 “LG카드가 청산되면 LG그룹은 1조1750억 원 가운데 청산가치에 해당하는 2600억 원만 회수할 수 있다”며 “추가 증자는 LG그룹에도 이익”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LG그룹 정상국(鄭相國) 부사장은 “채권을 가진 계열사별로 곧 이사회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며 “그러나 사외이사를 포함한 이사진이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LG카드에 대한 추가 지원을 강요하는 것은 사외이사나 이사들에게 배임행위를 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금융감독 당국도 LG카드가 청산돼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것을 우려해 채권단을 거들고 나섰다.

금융감독위원회 윤용로(尹庸老) 감독정책2국장은 14일 “LG그룹은 보유 채권에 대해 연 7.5%의 높은 이자를 받아 1000억 원가량을 벌었다”며 “다른 채권단만 증자에 참여하면 LG그룹은 ‘무임승차’하는 상황이 생긴다”고 말했다.

전남대 김영용(金永龍) 교수는 “과거 대주주의 도덕적 사회적 책임을 이유로 ‘확약서’에도 없는 내용을 강요하는 것은 주식회사의 원리에 맞지 않는 반시장적 횡포”라고 밝혔다.

LG카드 증자에 대한 채권단과 LG그룹의 입장
구분채권단LG그룹
증자 주체15개 채권기관과 LG그룹 공동15개 채권기관
LG그룹 출자규모8750억 원 안팎증자 자체 거부
도덕적 책임유동성 위기 책임 못 벗어나올해 초 유동성 지원 마무리
출자 성격지분 10% 미만의 투자 성격금융회사 소유 의사 없음
법률 책임출자 안 하는 게 오히려 배임회생 불투명해 출자는 배임
청산시 LG그룹 채권 가운데 2600억 원만 인정각 계열사와 채권단 개별협의 사항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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