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개방반대” 전국 90여곳 동시시위

  • 입력 2004년 9월 10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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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農心 트랙터 시위지난해 멕시코 칸쿤에서 자살한 고 이경해씨 1주기를 맞아 쌀시장 개방 반대를 주장하는 ‘100만 농민대회’가 10일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전남 나주농민회 회원들이 이날 나주시청 앞에서 트랙터와 경운기 등을 몰고 나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나주=전영한기자
성난 農心 트랙터 시위
지난해 멕시코 칸쿤에서 자살한 고 이경해씨 1주기를 맞아 쌀시장 개방 반대를 주장하는 ‘100만 농민대회’가 10일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전남 나주농민회 회원들이 이날 나주시청 앞에서 트랙터와 경운기 등을 몰고 나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나주=전영한기자
쌀 시장 개방에 반대하는 농민대회가 10일 전국 90여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열렸다.

일부 지역에서는 집회 참가자들이 농기계를 반납하거나 혈서를 썼고 전북 정읍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이 격렬히 충돌해 10여명이 부상했다.

‘우리 쌀 지키기 식량주권 수호 국민운동본부’(국민운동본부)와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한농연) 주도로 열린 집회에는 농민뿐 아니라 종교인과 노동자, 대학생도 동참했다.

이날 행사는 지난해 9월 11일 멕시코 칸쿤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장에서 자결한 농민운동가 이경해씨 추모제를 겸해 열렸다.

▽지역별 집회=전국농민회총연맹 등 1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국민운동본부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0, 11일 ‘이경해 열사 정신계승과 우리 쌀 지키기 식량주권 수호대회’를 연다고 밝혔다.

이날 주최측은 전남 고흥과 경남 진주, 전북 정읍 등 전국 90여곳에서 20여만명이 집회에 참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이날 오후 7시경 전북 정읍시청 앞에서 농민 800여명과 경찰이 충돌해 농민회원 김진석씨(44·정읍시 옹동면)가 얼굴과 눈 등이 찢어지는 등 시위대와 경찰 10여명이 다쳤다.

정읍 농민시위는 시가전을 방불케 했다. 시내 곳곳에서 쫓고 쫓기는 경찰과 시위대의 모습이 목격됐고, 경찰이 방패로 농민들을 찍는 험한 장면까지 보이자 시민들의 항의도 빗발쳤다. 농민들은 이날 폭력 진압에 대해 12일 규탄대회를 여는 등 강경 대응할 방침이어서 재충돌이 우려된다.

또 전남 영광군청 앞 광장에서는 농민회원 20여명이 현수막에 ‘쌀 개방 저지’라는 혈서를 썼고 일부는 삭발을 했다. 또 장흥군 농민회원들은 짚으로 만든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모형과 상여를 불태웠다. 상여시위는 경남북에서도 잇따랐다.

전북 남원과 김제, 경북 칠곡 등지에서는 한농연 회원들이 항의의 표시로 150여대의 농기계를 자치단체에 반납했다.

▽반발 확산=국민운동본부는 11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를 비롯해 광주 대구 창원 등지에서 ‘우리 쌀 지키기 식량주권수호 WTO, 도하개발어젠다(DDA) 반대 범국민대회’를 연다.

전국농민회는 22일 전국 시군에서 ‘논 갈아엎기’ 시위를 벌이고 다음달에는 천막농성과 함께 농산물 출하 및 부채상환 거부 등으로 투쟁 수위를 높여가기로 했다.

▽농민 주장=국민운동본부는 “정부의 일방적인 쌀 개방 협상과 개방화를 전제로 한 농업, 농촌에 관한 법률 개정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노무현 대통령은 당장 농민단체 대표와 만나 농촌 회생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한농연도 쌀 시장 추가 개방 반대와 식량자급 계획 법제화 등을 요구했다.

한편 전남 함평군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농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쌀 개방 찬반투표’를 실시하기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창원=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광주=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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