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90년대초 日과 비슷… 소비 투자 위축-만성불황

  • 입력 2004년 9월 3일 18시 05분


코멘트
한국 경제가 외부의 충격이 아닌 내생적 불황으로 위기를 맞고 있어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대경제연구원 이경 연구위원은 3일 월간 나라경제 9월호에서 “한국은 부동산 버블이나 금융 부실이 일본처럼 심각하지는 않지만 1990년대 일본 경제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불황의 만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동산 버블 붕괴를 계기로 나타난 금융경색은 1990년대 일본 장기불황의 주된 원인”이라며 “한국과 일본의 불황 초기 모습이 유사한 데다 장기불황에 빠져들게 되는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식 장기불황 초기의 전형적 특징인 △무역수지 흑자 속에서 소비와 투자 심리 위축 △부동산 투기 억제책으로 건설경기 급랭 △소비 불황의 장기화 조짐과 제조업 공동화 현상 △저금리 속 경기 침체와 거시경제 정책의 무력성 등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

이어 불황이 장기화된 원인인 △정부 주도 경제성장의 한계 △수출산업과 내수산업의 생산성 격차 △후속 신기술 개발 부진 △일본 정부의 적절한 정책 대응 실패 등과 유사한 모습이 한국에서 엿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한국 경제 불황의 근본 원인은 상당부분 불확실성에 근거한 심리적 요인”이라며 “노사 정책이나 기업 규제, 수도 이전과 관련된 논란, 소모적 정쟁에 따른 정책 결정의 실기 등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각 경제 주체가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이 경기 회복의 첫걸음”이라며 “정부는 경기 부양에 따른 일시적 문제 해결보다는 강력한 리더십으로 정책 불안을 해소하고 신용불량자 문제, 설비 투자 부진 등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용기자 park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