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發 집값하락 일반단지 번지나

  • 입력 2004년 7월 13일 17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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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가 집값 연쇄 하락의 전주곡이 될까.

13일 건설교통부가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임대아파트 의무 건립 조항을 담은 법안을 입법예고함에 따라 재건축 매매시장의 거래 부진과 가격 약세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한 서울 강남권의 비(非) 재건축 단지도 최근 몇 주 동안 시세보다 몇천 만원 싼 급매물이 거래되는 등 ‘의미 있는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어 ‘재건축 불똥’이 일반 단지 가격 하락의 촉매 역할을 할 것이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재건축 ‘거래 마비’=재건축 단지들은 이미 올해 초부터 주택거래신고제 도입과 임대아파트 추진 계획이 알려지면서 시세에 상당 부분 반영됐기 때문에 큰 폭의 추가 하락은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13일 강남구 개포동, 강동구 고덕동 등 재건축 단지들은 그동안 싼 가격에 매수하려 했던 대기 수요자들의 발길조차 끊긴 모습이었다.

베스트공인 정명진 사장은 “개발이익환수제 발표 후 그나마 오던 문의전화도 사라졌다. 마치 주식이 하한가를 계속 칠 때처럼, 아무리 가격이 낮아져도 매수세가 붙지 않는 형국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13일 개포동 주공1단지의 경우 15평형이 지난달보다 5000만원가량 하락한 5억원 선, 4단지 13평형은 4000만원가량 하락한 4억원 선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네인즈’에 따르면 4월 26일 이후 이달 13일까지 서울 강남 재건축단지들은 송파구 ―3.98%, 강남구 ―2.94%, 강동구 ―3.65%, 서초구(주택거래신고 제외지역) ―0.81%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마저도 실제 거래된 가격 위주로 조사를 하기 때문에 실제 호가는 더 낮아졌으리라는 게 네인즈측의 분석.

▽일반 아파트도 움직여=지난주까지 시세보다 낮은 급매물이 조금씩 팔려 ‘저가 매수세’가 살아날 조짐을 보였지만, ‘재건축발 시세 악재’를 우려한 탓인지 13일부터 다시 매수세는 줄고 싼 가격의 물량만 쌓이고 있다고 중개업소측은 전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지난주 은마아파트 34평형 로열층이 6억8500만원, 6억9500만원, 7억500만원에 차례로 거래됐다. 부동산정보업체들이 밝힌 로열층 기준 시세는 7억6000만∼7억8000만원대. 급매물이라고 해도 하락폭이 다소 컸다는 게 주변의 반응이다. 미도 41평도 11억원 선을 상회했으나 급매물은 9억5000만원대에도 나와 있다.

대치동 C중개업소 대표는 “예전에는 세금이 붙은 만큼 집값이 올랐지만, 거래신고제 이후에는 늘어나는 취득세 등록세만큼 집값이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초구 잠원동 녹원한신 36평형은 6월초까지 5억8000만원을 웃돌았으나 최근 로열층 급매물이 5억1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양천구 목동은 4단지 27평형이 두 달 전 4억2000만원대였으나 지난주 3억7000만원에 거래됐고, 1단지 20평형도 호가가 3억원이 넘었으나 역시 지난주 2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목동 한진공인 김인숙 실장은 “20, 30평형대를 중심으로 값싼 매물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거래가 적다”고 말했다.

▽실수요자는 ‘당분간 맑음’=전문가들은 최근 2, 3년간 서울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가 전반적인 아파트 값 상승을 이끌었던 만큼 하락장세에서도 똑같은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인즈 조인숙 리서치팀장은 “재건축 규제와 세금 정책 때문에 1가구 다주택 보유자들이 주택을 빨리 처분하려고 하는 것 같다”며 “재건축과 비(非) 재건축 단지 모두 당분간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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