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받는 30대 한국기업·끝]기업의 긍정적 역할모델 제시

  • 입력 2004년 6월 24일 1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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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 뜨거운 반응

동아일보사가 컨설팅회사인 한국IBM BCS와 공동으로 선정한 ‘존경받는 30대 한국기업’ 순위 발표는 경제계에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반(反)기업정서가 강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기업의 긍정적 역할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기업 스스로도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점검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현명관(玄明官) 부회장은 24일 “시장경제와 자본주의 가치관의 핵심은 기업에 대한 정당한 평가”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재정경제부 조성익(趙誠益) 정책조정국장은 “기업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에서 존경받는 기업이 많아지면 우리 경제가 건전하게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앙대 박찬희(朴贊熹·경영학) 교수는 “존경받는 기업의 최우선 평가 기준은 경영활동으로 창출한 가치”라고 말했다.

○…30대 순위에 오른 기업들은 평가 결과를 최고경영자(CEO)에게 직접 보고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종합순위 1위인 삼성SDI 임직원은 “내년에도 1등을 해야 한다는 부담과 목표가 생겼다”고 말했다.

2위에 오른 삼성전자는 고객 분야가 부진했다는 평가 결과에 따라 고객만족 부서를 중심으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대구은행(6위) 등은 발표 결과를 사내 교육 및 고객 홍보용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30위에 들지 못한 일부 대기업은 “왜 이렇게 나쁜 점수를 받았느냐. 원인을 분석하라”는 CEO의 불호령이 떨어지기도 했다.

30위권에 들었지만 당초 기대보다 순위가 낮은 일부 대기업은 “선정 결과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동아일보사와 한국IBM BCS의 공동프로젝트팀은 101개 조사 참여 기업의 강점과 약점을 정리한 개별기업 보고서를 작성해 조만간 해당 기업에 전달할 예정이다.

○…200대 상장기업에 끼지 못해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 중소업체와 각종 연구소, 광고대행사 등으로부터도 평가 방법에 대한 문의가 쇄도했다.

이들은 “이번 평가지표를 적용해 우리 회사의 위상을 확인하고 싶다”며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

공동프로젝트팀은 이들에게 평가 체계 설명서를 일일이 보내줬으나 개별회사의 구체적 실적은 해당 기업과의 약속에 따라 공개하지 않았다.

이원재기자 wjlee@donga.com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경영철학-비전 제시 계기 됐으면…

참여기업 늘리고 간편한 지표 필요

8개월간 진행된 ‘존경받는 30대 한국기업’ 선정과정에 참여한 7명의 자문위원은 15일 마지막 5번째 회의를 끝내면서 긴 여정을 지나온 표정이었다. 그만큼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기업 순위평가가 쉽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최종 명단 확정과정에서 담배처럼 국민 건강에 해로운 업종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에 대해 논의가 집중됐다.

이들은 한결같이 “소비자가 존경할 만한 경영철학과 비전이 있는지, 또 이를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를 최고경영자(CEO)가 돌이켜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평가의 의의=김중수(金仲秀)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존경받는 기업이 무엇인가에 대해 실천적 정의를 내리고 실증적 분석을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유혁근(劉赫根) 한국신용평가 대표도 “각종 정치자금 사건으로 기업에 대한 신뢰가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현실에서 존경받는 기업 명단을 만드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지만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려는 생각으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만한 대목=자문위원들은 종합순위 10위권에 든 기업은 국제적으로도 평가를 받을 수 있는 훌륭한 기업관행을 정착시켜 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김일섭(金一燮) 이화여대 경영부총장은 “평소 기업의 내실을 다지고 사회적인 공헌에 힘쓴 기업과 다소 소홀히 대응한 기업간에 확연히 대비되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정광선(鄭光善) 한국기업지배구조 개선지원센터 원장은 “상당수 기업은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선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런 조사결과가 축적되면 증권투자자에게도 좋은 정보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보완해야 할 점=200대 상장기업으로 국한된 조사대상을 확대해 참여기업 수를 늘리고 기업에 대한 소비자와 전문가의 평가결과를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민상기(閔相基)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에는 중소기업의 수가 많고 이들 기업의 활성화가 고용창출과 경제안정에 도움이 된다”며 조사대상 확대를 제안했다.

윤서성(尹瑞成)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원장은 “사회 및 환경 분야에 대한 가중치를 높여야 하며 산업별 특성에 맞는 지표 개발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춘(李基春)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측정항목이 너무 많다”며 “조사의 신뢰성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도 측정이 간편한 지표 개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내년부터는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평가를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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