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건설업체들 “현지직원 외출말라”

  • 입력 2004년 6월 23일 18시 24분


코멘트
재계는 23일 이라크 무장단체에 납치됐던 김선일씨가 결국 피살된 데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 이라크를 비롯한 중동지역 파견 직원의 안전대책을 강화하는 등 급박하게 움직였다.

일부 기업은 중동지역이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면서 사업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다.

경제단체들은 김씨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정부와 국민이 감정적 대응을 자제해 줄 것을 희망했다.

○…LG전자는 이날 이라크를 ‘출장 금지지역’으로, 인근 지역인 요르단과 사우디아라비아를 ‘출장 자제지역’으로 각각 지정했다.

또 이라크 테러단체를 자극할 수 있다며 현지 TV나 신문광고를 자제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삼성전자도 ‘한국 기업(혹은 한국 상품)’이라는 것을 알리는 마케팅 활동을 자제하도록 이라크인 현지 직원에게 전달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와 시리아 요르단 이란 등에 나가 있는 28명의 주재원과 가족, 지역전문가 등의 신변 상황을 매일 점검하는 비상체제를 가동시켰다.

○…건설업체들도 초비상사태에 들어갔다. 현대건설은 이라크 잔류 직원 1명을 가족이 머물고 있는 요르단으로 철수시킬 계획이다.

대림산업은 쿠웨이트(현지 잔류 직원 44명)와 이란(21명) 등 중동의 각 지사에 공문을 보내 공공장소 외출을 못하게 했다.

쿠웨이트에서 정유공장을 짓고 있는 SK건설도 45명의 현장 직원에게 외출 자제 지시를 내렸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당분간 건설업체들의 고(高)위험국 진출 및 불필요한 출장을 자제시킬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으로 중동지역 건설사업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현대건설은 2월 말 수주한 2억2000만달러(2600억원 상당) 규모의 이라크 재건사업 일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이달 말 사업 파트너인 미국의 워싱턴그룹 인터내셔널과 착공 시기 등 공사 일정을 협의할 예정이다.

철탑공사 하청업체인 오무전기는 그동안 이라크에 다시 들어갈 준비를 해왔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경남기업의 경우 2월부터 추진해온 이라크 현지사무소 개설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우리은행은 이라크 인근 바레인지점 직원들에게 신변안전에 만전을 기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우리은행 한승철 과장은 “현지에 직원 3명과 가족 등 10여명이 파견돼 있다”며 “불필요한 외출과 여행을 삼가고 꼭 필요한 경우 2명 이상이 함께 다니되 비상연락망을 남겨두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한 과장은 또 “사태가 악화되면 걸프전과 이라크전 당시 마련한 긴급대응 프로그램에 따라 단계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레인지점과 두바이사무소를 운영 중인 외환은행 및 이란과 쿠웨이트에 주재원을 두고 있는 수출입은행도 현지 직원과 비상연락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이원재기자 wjlee@donga.com

이철용기자 lcy@donga.com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