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망 중소기업 살려야 한다

  • 입력 2004년 4월 26일 18시 42분


중소기업들이 국내 은행에서 빌린 돈 중 160조원의 만기가 올해 안에 돌아오지만 내수침체와 원자재난 등으로 상당수 기업이 제때 갚지 못할 처지다. 은행권에서는 벌써부터 무더기 도산을 염려해 한 푼이라도 건질 수 있을 때 대출금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대로 두면 장래성이 있는 중소기업까지 대출금 회수 경쟁에 휩쓸려 무너질 우려가 크다. 옥석(玉石)을 가려낸 뒤 경쟁력 있는 기업은 대출금 만기연장을 도와주고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에 대해서는 퇴출과 업종전환 등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

하지만 때 되면 돌아오는 행사 치르듯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은 문제다. 외환위기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금융업의 체질에 상당한 원인이 있다. 개별기업이나 개인의 현금흐름 등 과학적인 신용평가보다 그때그때 유행과 담보 유무에 따라 대출하는 관행이 여전한 것이다. 그러니 경기나 담보가치의 변동에 따라 우르르 대출하고 무차별적으로 회수하는 행태가 거듭된다.

지금 우리 중소기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자금난뿐만이 아니다. 구인난이나 과도한 규제를 견디다 못해 아예 해외로 나가는 중소기업이 갈수록 늘고 있다. 기업은행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80%가 5년 안에 해외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현지 시장 개척을 위한 해외진출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자금난 인력난 용지난 등 국내요인 때문에 중소기업이 공동화(空洞化)하는 현실을 이대로 방치하고는 경제를 살리기 어렵다. 세계적 대기업도 중소기업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을 정부와 은행, 예비 취업자들이 알아야 한다. 당장의 실적이 아니라 가능성으로 승부하는 유망 중소기업이 뿌리내릴 수 있어야 우리 경제에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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