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출자규제 막혀 수조원대 투자포기”

  • 입력 2004년 4월 25일 1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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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는 25일 출자총액제한제도가 신규투자 저해의 주범이라면서 대기업의 신규투자 포기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동안 전경련은 경영비밀 보호를 이유로 기업의 투자 포기사례의 공개를 꺼려 왔으나 더 이상 국내 기업의 역(逆)차별을 그대로 둘 수 없다고 판단해 ‘출자와 실물투자는 관계없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전경련은 삼성 현대자동차 SK 등 13개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출자총액규제로 인한 투자 저해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에서 13개 그룹 가운데 9개 그룹(69.2%)이 최근 3년간 출자총액규제로 인해 신규투자를 포기했거나 구조조정이 지연된 경험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4개 그룹(30.8%)은 출자총액 규제로 투자계획 자체도 수립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모 그룹은 한 회사의 매각입찰에 참여하려 했으나 공정위가 제시하는 동종(同種)업종 기준을 맞추지 못해 2조원 규모의 입찰을 포기했다.

또 다른 그룹은 신규산업 진출을 위해 400억원을 투자해 공장을 인수하려 했으나 출자총액제한 때문에 포기하는 등 신규투자 저해 사례가 확인된 것만 해도 5건에 2조2000억원 규모라고 전경련은 밝혔다.

출자총액 규제가 올해 안에 폐지될 경우 9개 그룹(69.2%)은 ‘신규 투자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4개 그룹은 폐지에 대비해 3227억원의 신규투자 계획을 수립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경련은 상장회사 425개의 작년 말 현재 현금보유액이 19조1566억원이지만 출자총액 규제로 기업들이 투자를 주저하고 보수경영에 안주하게 될 경우 10년 후 국민을 먹여 살릴 거대우량기업의 출현은 어려울 것이라며 출자총액 규제의 조속한 폐지를 주장했다.

자산 5조원 미만의 기업집단이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으로 지정되는 것을 우려해 증자나 차입을 자제하는 것도 투자 위축의 전형적인 사례라는 것.

이에 대해 공정위 이동규(李東揆) 독점국장은 “작년 말 ‘시장개혁 로드맵’ 확정을 앞두고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에 조사를 의뢰한 결과 대기업의 출자와 투자는 서로 관계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3년 후 투명한 기업 환경이 조성되면 출자총액제한의 폐지를 검토한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출자총액규제로 인한 신규투자 및 구조조정 포기 사례
기업투자 규모주요 내용
A그룹400억원OO산업 진출을 위해 OO공장을 인수하려 했으나 출자총액규제로신규 사업 포기
B그룹300억원정부 보유 컨테이너터미널 지분 25%를 추가로 매입하려 했으나 출자한도의 여유가 없어 정부 지분 매각입찰 참여 포기
C그룹1000억원9개 사업부문 중 2개 사업부문을 물적으로 분할하려 했으나 출자총액 규제로 좌절
D그룹300억원과학연구소를 별도법인으로 독립시켜 투자를 확대하려 했으나 출자총액규제 예외인정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투자 포기
E그룹2조원OO회사를 인수하려 했으나 출자총액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동종업종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입찰 포기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이원재기자 wjlee@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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