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거래신고]집살때 稅부담 껑충…실수요자 타격

  • 입력 2004년 4월 21일 18시 55분


정부가 21일 발표한 주택거래신고지역에는 서울 강남지역 3개 구와 범(汎) 강남지역으로 분류되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가 포함됐다. 이번 대책의 타깃은 강남지역 아파트인 셈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주택거래신고제도가 실시됨으로써 당분간 강남지역의 아파트 가격과 거래는 상당히 위축될 전망이다. 그러나 초고강도의 주택가격 안정책이었던 지난해 10·29대책의 ‘약발’이 벌써 다 떨어져간다는 말이 나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대책 역시 효과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선덕(金善德)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일시적인 충격 효과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면서 “강남권 주택문제의 근본은 수급 불균형이기 때문에 집값을 잡는 효과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집 사는 사람 부담 크게 늘어=주택거래신고제는 취득세와 등록세를 실거래 가격으로 매기겠다는 것이다.

이제까지는 계약서의 가격을 실거래 가격보다 훨씬 적게 쓰는 이른바 ‘다운(down)계약서’가 일반 관행이었다. 계약금액이 과세표준보다 적으면 과세표준으로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형식상 계약금액은 과세표준에 근접했다. 그러나 과세표준은 시세에 비해 절반도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

건설교통부는 이번 정책으로 취득·등록세가 보통 3∼5배 많아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31평형의 경우 과세표준이 1억7800만원이지만 실거래가는 6억3000만원 수준. 이에 따라 취득세와 등록세도 현행 총 1032만원에서 3654만원으로 3.54배로 껑충 뛴다.

도곡동 타워팰리스 69평형의 과세표준은 3억1700만원. 하지만 실거래가는 16억5000만원 수준으로 취득·등록세는 앞으로 1838만원에서 9570만원으로 부담이 5.2배로 늘어난다.

또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삼성아파트 32평형의 경우에는 취득·등록세가 현행 441만원에서 2784만원으로 6.3배나 많아진다.

특히 이제까지 주택가격 안정대책으로 많이 활용되어 온 양도소득세는 파는 사람이 부담하는 것이었다면 취득·등록세는 사는 사람이 내는 것이라는 점도 특이하다.

▽해당 지역 아파트 가격 하락=미리 노출된 ‘악재’이지만 예상된 시세 변화는 나타나기 시작했다.

올 들어 지속적인 상승세를 나타냈던 잠실주공 단지의 시세가 지난 주말 이후 단지 및 평형별로 평균 500만∼1000만원가량 소폭 떨어졌다. 그동안 가격상승을 주도해 온 1단지 13평형의 호가는 최고 5억4500만원에서 5억2000만원선으로 빠졌다. 7억9000만∼8억원을 호가하던 강남구 개포주공 1단지 17평형은 7억8000만원대로 떨어졌다. 이달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던 은마아파트도 매물이 늘어나면서 평형별로 2000만원가량 호가가 떨어졌다.

분당신도시의 경우 아직 호가 조정이 이뤄지지는 않고 있으나 거래가 거의 끊긴 상태다.

분당구 이매동 ‘현대공인’ 김경옥 실장은 “이번 주말까지는 거래신고제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매수세가 나타날 수 있으나, 그보다는 거래신고제가 적용되는 26일 이후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실효성은 의문=장기적으로는 거래신고제 취지대로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거래신고제가 적용되지 않는 단지에 매수세가 몰리면서 시세가 오를 경우 거래신고제 적용 단지의 가격도 덩달아 오르지 않겠느냐는 것.

서울 송파구 문정동 삼성공인중개사무소의 박한숙 실장은 “전용면적 18평 이하인 문정 시영아파트나 삼성래미안아파트 분양권 등은 신고제와 관계가 없어서 그런지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거래가 꾸준하다”며 “이미 신고제를 의식한 거래는 3월과 4월 초에 마무리 됐기 때문에 급격한 가격 하락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이번 신고지역 지정은 과세부담 증가에 따른 심리적 위축으로 당장은 집값 안정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고급 아파트의 공급이 근본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이번 규제로 공급이 더욱 줄어들면 이는 잠재적인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이철용기자 lcy@donga.com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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