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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4월 15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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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탐방을 온 한 애널리스트의 명함을 받아든 E사 임원의 첫 반응이었다. 작년 7월 코스닥에 등록한 이 회사는 당시 기업소개용 보고서가 나온 뒤 관련 보고서가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던 상태.
애널리스트의 탐색전이 시작됐다. ‘야심 찬’ 전략을 쏟아내는 회사측을 상대로 “작년 적자였던 이유가 뭐냐” “왜 단기차입금이 100억원이나 되느냐” 등 질문이 이어졌다. 쇼룸과 실험실 등을 둘러보는 데까지는 2시간 이상 걸렸다.
애널리스트들이 뛰고 있다. 새로운 투자 유망주를 찾아내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기업 탐방에 투자하는 시간이 부쩍 늘어난 것. 주로 코스닥 종목을 대상으로 한 증권사 스몰캡팀간 경쟁은 ‘첩보전’을 방불케 할 만큼 치열해졌다.
▽“새로운 진주를 먼저 캐내라”=동원증권 스몰캡팀에 소속된 애널리스트 4명은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기업 탐방을 나간다. 하루에 2군데 기업을 동시에 돌아보는 일정을 짜거나 왕복 6시간 이상 걸리는 지역까지 발품을 파는 일도 잦다.
서울증권과 현대증권, 삼성증권 스몰캡팀도 분위기는 다르지 않다. 일부 대형주로 분석 범위를 한정해 놨던 기존 리서치 인력들도 ‘숨겨진 보물’ 찾기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대한투자증권 이정 애널리스트는 “거래소의 매기가 코스닥 시장으로 옮아오면서 앞으로는 저평가된 중소형주가 뜰 전망”이라며 “어느 연구원 발에 땀이 더 나느냐에 따라 승부가 결정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기업 발굴의 힌트는 지점의 영업사원이나 펀드매니저 등 주변에서 들어오는 기업 분석 의뢰. “○○○가 전망이 있다고 하더라. 알아봐 달라”는 식의 주문이 끊이지 않고 들어온다.
실적이 꾸준하고 저평가된 기업 리스트를 뽑아 자체적으로 탐방 대상을 선정하는 작업도 함께 진행된다.
현대증권 전진오 스몰캡팀장은 “증권사들이 종목 발굴에 혈안이 돼 있고 수익률 경쟁도 심해지다 보니 탐방 기업 리스트가 비밀에 부쳐지는 등 눈치작전도 치열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기대에 부응하는 수익률=이들이 발굴한 종목들 상당수는 괄목할 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초부터 스몰캡팀을 꾸린 삼성증권이 매수를 추천한 크로바하이텍 인선이엔티 한신평정보 등은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서울증권이 주목한 삼부토건 코오롱건설 등은 한 달여 만에 10%대 상승률을 보였다. 동원증권이 고른 휴비츠는 3월 16일 이후 한 달간 38.5%, 토필드와 우리산업은 각각 19.2%, 12.4% 올랐다.
이 밖에 현대증권 스몰캡팀이 매수를 권한 기륭전자의 2월 이후 상승률은 118%에 이른다.
그러나 시가총액이 작아 환금성이 떨어지는 점 등은 일반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할 부분.
서울증권 박승원 팀장은 “시장이 좋은 종목에 굶주려 있지만 동시에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중소형 종목에 투자하는 것을 불안해하는 심리도 강하다”며 “오름세가 기대 수준에 못 미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박 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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