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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3월 31일 16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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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패션관의 수입 청바지 편집매장도 그중 하나. 백화점이 직영하는 ‘스티븐 알란’은 지난해 봄 할리우드 스타들이 즐겨 입는다는 세븐 진, 얼진, 페이퍼 데님 등을 판매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가을에는 디젤, 지스타, 파라스코 등이 선보였다.
이곳 청바지의 가격대는 30만∼40만원. 웬만한 정장 한 벌 값으로 결코 만만한 가격이 아닌데도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곳 브랜드들은 월평균 1억5000만원 정도의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프리미엄 진 담당 바이어인 이지원 대리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여성이 주 고객”이라며 “소비패턴이 가격보다 가치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윤수연씨(27·회사원)는 “너무 많이 알려져 남들이 많이 입는 것보다, 이곳 브랜드는 나만의 독특하고 새로운 느낌을 주기 때문에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사게 된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는 ‘디젤’. 디젤은 ‘청바지의 오트 쿠튀르’(프랑스어로 고급 맞춤복을 의미하며 기성복을 뜻하는 프레타 포르테의 상대어로 쓰인다)라 불리는 이탈리아 브랜드다. 매년 트렌드를 좇는 것이 아니라 자체의 스타일을 제안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는 ‘노동자’가, 올해는 ‘자연’이 주제. 일일이 수작업으로 하는 탈색기법 때문에 제품 하나하나마다 독특한 색상을 띠는 것도 특징이다.
이처럼 디젤은 젊은이들을 반하게 만드는 독특한 제품과 마케팅으로 청바지의 명품으로 통하고 있다.
최근 LG경제연구원이 꼽은 마케팅 신조어 5가지 중에는 ‘매스클루시비티(Massclusivity)’가 있다. 이 말은 남들과 다른 나만을 위한 명품이란 뜻으로 1600만원짜리 홈시어터 등 최고가 제품들이 예로 꼽힌다. 한편 명품이 대중화하면서 값은 아주 비싸지 않지만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저렴한 명품 ‘매스티지(Masstige)’ 제품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어느 것이든 타인의 이목이나 체면 치레보다는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는 나만의 제품들이 명품으로 뜨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정재윤 경제부기자 jaeyuna@donga.d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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