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노점상 어떻게 하나/우선은 ‘당근’…그래도 ‘채찍’

  • 입력 2004년 3월 24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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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노력해도 줄지 않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몸무게와 노점상이다.” 서울의 한 자치구에서 일하는 노점 단속반원의 하소연이다. 매년 되풀이되는 노점상과의 전쟁. 그러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자치단체별로 이색 아이디어가 번뜩인다. 노점 빌딩, 자율정비, 시민 캠페인…. 각종 대책이 어느 정도의 효과를 거둘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자율정비 가능한가=지난달 중순 서울 강남구는 ‘부자 구청’다운 노점 대책을 내놓았다. 대치동이나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역삼역 주변 건물 한 곳을 매입해 테헤란로 일대 노점을 모두 입점시킨다는 것.

이 건물에 입점하게될 대상 노점은 143개로 건물 매입 비용만 약 100억원에 이른다. 입점하는 노점상에게는 최소한의 계약금과 임대료를 받아 금융 비용과 관리비를 충당한다는 것이 강남구의 구상.

대신 강남구는 이달 말까지 지역 노점상 단체에 자율정비를 맡겼다. 자율정비 후 테헤란로 일대 노점이 30∼40개로 줄어들었다며 강남구는 반색하는 분위기.

그러나 자율정비에 회의적인 곳도 있다. 강남구에 앞서 자율정비를 추진했던 광진구.

지하철역과 육교 입구, 버스정류장 부근 등 민원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5∼17일 지역 노점상 단체에 자율정비를 맡겼지만 성적표는 초라했다.

단속 대상 노점은 37곳이었으나 자율적으로 자리를 치운 노점은 4곳이 전부였다.

광진구 관계자는 “다음 달 중순까지 자율정비 기간을 연장한 뒤에도 별다른 효과가 없으면 다시 강제정비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채찍’ 든 지자체=서울 서초구는 자율정비에 더 부정적이다.

서초구 관계자는 “테헤란로처럼 유동인구가 많은 곳은 수천만원의 자릿세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노점 빌딩’이 생겨도 노점은 또 다시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서초구는 생계형 노점까지 ‘씨를 말리는’ 강공책을 쓰고 있다. 하루도 빠짐없이 오전 7시부터 다음 날 오전 4시까지 40명의 단속반원이 거리를 샅샅이 뒤진다.

지난해 하반기에만 7500여명에게 과태료를 부과한 서초구는 8년 만에 노점이 2000여개에서 20여개로 줄어들었다며 단속이라는 정공법이 유일한 대책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노점과의 전쟁을 치렀던 경기 성남시 분당구. 당시 지역 노점상단체의 대표가 구속되고 연일 격렬한 시위가 계속되자 시민을 대상으로 ‘노점 이용 안하기 운동’을 벌이는 맞불작전에 나섰다.

분당구 관계자는 “시민 캠페인 이후 노점상 단체의 반발이 많이 수그러들었다”며 “그러나 노점의 80% 이상이 차량을 이용하고 있어 그 수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동대문운동장에 풍물시장을 만들어 청계천 주변 노점을 모두 수용했는데 지금도 어디서 나타났는지 풍물시장에 자리를 달라는 노점상이 매일 10여명씩 찾아와 소란을 피운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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