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계열사 CB거래 이재용씨 수백억 차익”

  • 입력 2004년 3월 22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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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이건희(李健熙) 회장의 장남 재용(在鎔·삼성전자 상무)씨가 삼성 에버랜드의 전환사채(CB)를 구입하는 데 사용한 자금은 삼성그룹이 재용씨에게 시세차익을 안겨주는 방법으로 조성된 것으로 검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이현승·李炫昇) 심리로 열린 허태학(許泰鶴) 전 삼성에버랜드 사장과 박노빈(朴魯斌) 현 사장의 첫 공판에서 검찰은 이같이 밝혔다.

검찰은 “재용씨가 이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돈으로 에스원, 삼성엔지니어링, 제일기획 등 삼성그룹 계열사 주식과 CB 등을 저가에 매입한 뒤 해당 회사의 주식이 상장되면 되파는 수법으로 취득가의 10배에 이르는 수백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며 “이 돈으로 에버랜드의 CB를 살 돈을 마련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검찰은 “삼성에버랜드 CB도 조만간 상장을 예상해 시세차익을 남겨주기 위해 재용씨에게 매매한 것”이라며 “상속세를 내지 않고 삼성에버랜드의 경영권을 넘겨주기 위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허 전 사장 등은 “상속세법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다”며 “당시 CB는 적자 경영을 벗어나 장기적 투자계획에 따라 투자자금을 확보할 목적으로 발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허 전 사장 등은 재용씨 등에게 CB를 헐값에 넘겨 회사에 969억원 상당의 손실을 끼친 혐의로 지난해 12월 불구속 기소됐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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