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평’ 마지못해 지었다 예상밖 횡재…역삼동 8대 1 경쟁

  • 입력 2004년 3월 10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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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아파트’가 기존의 원룸시장을 파고들 것인가.

최근 서울 2차 동시분양 청약에서 강남구 역삼동 현대아이파크 10.97평형이 1순위에서 7.9 대 1의 높은 경쟁률로 마감됐다.

당초 현대산업개발측은 이 지역에 40, 50평형 아파트를 많이 짓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10평대 아파트를 공급키로 했었다. 재건축단지의 소형 평수 의무비율이 60%로 늘어남에 따라 시공사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셈. 중대형 평형이 강세인 지역적 특성을 감안해 현대산업개발에서는 3순위 마감도 내심 비관적으로 바라봤으나 ‘의외의 횡재’를 맞게 됐다.

아이파크 모델하우스의 한 관계자는 “지방 출신으로 테헤란로에 직장이 있는 미혼 회사원이나 대학생 연령대의 자녀를 둔 부모들이 가장 많이 몰렸다”며 “특히 원룸이나 오피스텔에 없는 1.5평 규모의 발코니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임대수익 기대도 높은 편이다. 실제 전용면적 8.5평대로 거의 비슷한 인근 주상복합아파트 대우디오빌 16평형이 월세 90만원대임을 감안하면 아이파크는 100만원은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중개업소들의 분석. 이 경우 평균 분양가 1억6700만원과 대비해 보면 임대수익률이 연리 7%를 상회하게 된다.

아이파크 10.97평형의 성공에 고무된 다른 건설사들도 강남권에 소형 평수 공급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삼성건설과 대우건설 등이 올 하반기 분양할 잠실 주공2단지도 전체 5563가구 중 12평형을 800가구 정도 공급할 계획이다. 현대건설 대림산업 쌍용건설이 올해 말쯤 분양할 잠실시영아파트도 전체 6864가구 중 16평형이 340여가구에 달한다.

부동산 컨설턴트들은 앞으로 직업군에 따라 공무원 회사원 학생들은 아파트에, 밤업소 종사자나 불규칙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프라이버시 보호가 잘 되는 원룸이나 오피스텔 쪽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유니에셋 이만호 대표는 “오피스텔과 달리 아파트는 소형 평수라 하더라도 임대용으로 장만하기보다는 본인이 직접 살려고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며 “같은 강남권이라도 역세권이냐, 중심가에 있느냐에 따라 가격차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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