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소재부품 해외의존 높아 수출늘어도 성장잠재력 떨어져”

  • 입력 2004년 2월 4일 19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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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반도체 등 대기업 중심의 첨단산업이 핵심부품을 해외에서 조달해 가공 조립하는 형태로 발전하면서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이 첨단제품을 많이 팔면 팔수록 일본 등 외국의 부품산업만 살찌우기 때문이다. 또 소비의 성장기여율이 높은 상황에서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가격 불안이 조속히 해소되지 않으면 소비침체가 성장잠재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됐다.

4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성장잠재력 변동요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1991∼2002년에 국내 산업 연관관계의 성장기여율은 ―14.15%로 나타났다.

산업 연관관계의 성장기여율은 84∼90년에는 7.30%로 긍정적이었으나 91∼97년에 ―22.57%로 반전됐고, 외환위기 이후인 98∼2002년에도 ―2.36%로 여전히 국내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산업 연관관계가 높다는 것은 한 산업의 발전이 연쇄적으로 다른 산업의 발전을 가져온다는 의미.

이처럼 산업 연관관계가 약화된 것은 정보기술(IT) 등 첨단 분야에서 수출이 늘고 있지만 기초·소재부품의 기술력이 취약해 이 분야의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함정호(咸貞鎬) 한은 금융경제연구원 원장은 “한국의 대표 산업인 IT 반도체 등의 국산화율은 2000년 기준 55.4%로 95년의 64.9%에 비해 떨어졌고, 일본의 94.8%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이런 현상은 수출 증가가 국내경기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반면 국내총생산(GDP) 최종수요 항목 가운데 소비의 성장기여율은 88∼97년에 63.8%였으나 98∼2002년에는 66.3%로 높아졌고 2000년 기준 소비의 부가가치 유발계수도 0.79로 투자(0.65)나 수출(0.63)보다 높았다.

한은은 소비가 성장을 이끌도록 하기 위해서는 자산가격의 불안정, 가계부채 증대, 교육시장 과열, 고실업 등의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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