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1171원 환율 급락세…정부 "시장개입" 시장 "방어한계"

  • 입력 2004년 1월 28일 18시 20분


원-달러 환율이 사흘 연속으로 급락(원화가치 상승)하면서 외환시장에서 정부의 환율방어 능력이 한계에 부닥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를 부인하며 또다시 강력히 ‘구두개입’했지만 전문가들은 대세를 거슬러 환율을 높게 유지하다가 환율 폭락으로 외환시장에 일대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며 경고하고 있다.

▽빨라진 환율 하락 속도=설 연휴 직전인 1월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1188원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은 26일 1180.5원, 27일 1176.2원, 28일 1171.6원으로 사흘 만에 16.4원이나 떨어졌다.

28일의 환율은 지난해 11월 14일의 1171.3원 이후 두 달 보름 만에 가장 낮은 것이다.

외환은행 외환팀의 구길모(具吉謨) 과장은 “다음달 6, 7일 미국에서 열리는 서방선진7개국(G7) 재무장관회의에서 환율방어가 문제될 것을 우려한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을 자제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장기적으로는 1170원이 깨지는 것이 대세지만 현 수준이 언제까지 유지될 것인지는 정부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같은 시장의 시각을 우려한 듯 환율방어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최중경(崔重卿)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은 “중견기업들이 환율로 인해 손해를 보지 않는 수준을 ‘적정 환율’이라고 본다”면서 “현재보다 환율이 떨어지면 삼성전자 같은 우량기업 이외의 업체는 당장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도 “시장 참여자들이 지나치게 투기세력화되면 부득이하게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고 거들었다.

▽정부의 환율방어 한계 왔나=현재 한국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을 떠받치기 위한 정부의 환율방어 능력이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재경부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발행하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의 발행한도는 5조8000억원밖에 남지 않았다. 외평채 발행으로 풀린 돈을 흡수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통화안정증권도 105조원을 넘어서 연간 이자비용 부담만 5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게다가 이달 들어서만 주식시장에 4조원 이상의 외국인 투자자금이 들어왔고 수출호조로 무역수지 흑자액도 불어나고 있다. 다음달 G7회의에서 미국과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일본 한국 등 아시아 국가의 환율방어를 문제삼을 것이 확실시된다.

한국금융연구원 강삼모(姜三模) 연구위원은 “현 시점에서 정부는 달러화 약세라는 세계적 대세를 거스르지 않는 수준에서 속도 조절을 위한 개입에 머물러야 한다”면서 “무리하게 환율방어를 하다가 힘에 부쳐 한 순간에 환율이 폭락할 경우 외환시장이 교란되고 수출기업들도 대규모의 환차손(換差損)을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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