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가는데 ‘카드깡’이라니…현금서비스 줄어 급전빌리기 급증

  • 입력 2004년 1월 13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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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깡이라도 해야죠. 당장 설을 쇠려면 100만원은 필요하니 방법이 없어요.” 지난해 말부터 신용카드사가 현금서비스의 요건을 강화하자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이 속칭 ‘카드깡’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특히 최대 명절인 설을 앞두고 현금이 필요한 사람들의 불법 카드깡이 더욱 성행하고 있다.》

▽설 대목 맞은 카드깡 시장=한 카드깡 업자는 12일 “요즘이 카드깡 역사상 최대 호황”이라고 말했다.

설을 앞두고 돈 쓸 일이 많아진 데다 보너스는 고사하고 임금도 제대로 못 받는 직장인이 크게 늘었기 때문. 게다가 현금서비스도 어려워져 카드깡이 급전을 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 됐다는 것.


중개 수수료로 16%를 뗀다는 업자의 설명에 취재팀이 “비싼 것 같다”고 따지자 그는 “요즘 카드깡 수요가 워낙 많아 수수료를 조금 올렸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또 최근의 두드러진 현상은 난생 처음 카드깡을 하는 ‘초보 대출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 신용카드를 주제로 한 인터넷 카페에는 카드깡을 하는 방법 및 수수료에 관한 문의 글이 하루에도 수십건씩 올라오고 있다.

직장인 박모씨(43)는 “조카들 세뱃돈도 줘야 하고 부모님 선물도 사야 하는데 돈이 없어 난생 처음 수수료 14만원에 100만원을 깡으로 받았다”며 “불법이긴 하지만 그래도 연 70%가 넘는 사채보다는 낫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e메일 광고를 통해 손님을 유치하고 있는 한 카드깡 업자는 “귀향 비용으로 100만∼200만원 정도를 원하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며 “원래 설이 카드깡 업계에도 대목이긴 하지만 이런 추세라면 올해 설 ‘매출’이 지난해보다 20% 정도 늘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비제도금융조사팀 조성목(趙誠穆) 팀장은 “과거 생활정보지에나 등장했던 카드깡 광고가 최근에는 인터넷으로 퍼지는 등 불법 카드깡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잠재적 신용불량자’ 급증=대출금의 10∼20%를 수수료로 떼이는 카드깡은 법정 이자율만 연 66%인 사채보다는 부담이 덜한 편. 또 대출 절차가 간단해 급전을 구하는 사람들이 유혹에 빠지기 쉽다. 대부분의 업자들은 전화 한 통이면 한 시간 만에 돈을 내주는 데다 법인카드도 깡을 해준다.

하지만 수수료에다 할부의 경우 할부이자까지 더해져 대출자의 부담은 만만치 않다. 깡을 1년에 5번만 하면 이자가 원금을 훌쩍 넘어 돈 갚기가 쉽지 않다.

특히 대다수의 사람들이 현금서비스를 받지 못해 최후의 수단으로 깡을 선택하는 것이어서 이들이 곧바로 신용불량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

실제 현금서비스 요건이 강화된 지난해 12월 신용회복지원위원회에는 1만920명이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해 월간 신청자수가 사상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섰다. 11월에 비해 28.3%나 급증한 수치.

이 위원회 신용교육강사 김승덕(金昇德)씨는 “명절을 앞두고 ‘100만원쯤이야’ 하는 생각으로 카드깡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를 몇 번만 반복하면 바로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만다”고 경고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카드깡이란▼ 신용카드를 이용해 물건을 산 것처럼 꾸미고 물건 대신 현금을 돌려받는 불법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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