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3월 SK㈜주총…SK-소버린 勢모으기 국내-해외자본 격돌

  • 입력 2003년 12월 18일 1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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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의 내년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SK그룹과 소버린자산운용간의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이번 싸움은 SK그룹과 채권은행을 중심으로 한 국내 자본과 소버린을 양대 축으로 한 외국자본과의 일대 격돌로 비화되고 있다. 양측은 12월 26일 주주명부폐쇄를 앞두고 주식매집 및 우호세력 확보전을 벌이고 있다. 내년에는 확정된 주주를 대상으로 한 세(勢) 모집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

한편 소버린의 SK㈜ 주식매입단가는 평균 9293원(총 1768억원)인데 주가는 3만2000원대로 올라 투자수익률이 200%를 넘고 있다.》

▼소버린 포섭작전 ▼

소버린은 이미 8월부터 표 대결을 염두에 두고 외국인 주주 설득작업에 나섰다. 현재 SK㈜의 외국인 지분은 약 43%인데 이 중 정체를 파악하기 힘든 ‘검은머리 외국인’ 지분 6%를 제외한 22%의 ‘진짜 외국인’이 포섭 대상이다.

소버린은 SK네트웍스(옛 SK글로벌)에 대한 지원중단을 통한 SK㈜ 기업가치 상승을 당근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 SK㈜가 보유한 SK텔레콤 지분(21.5%)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면 SK㈜의 주가가 더 올라갈 것이라는 것.

영국의 대표적 기업지배구조펀드인 헤르메스자산운용은 “유죄판결을 받은 최태원(崔泰源) SK㈜ 회장 등 3명의 이사는 물러나야 한다”는 소버린의 방침에는 동의하지만 이사진 파견 문제에 대해서는 망설이고 있다.

소버린은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이용하기 위해 5%의 지분을 국내 우호세력에게 매각할 수도 있다. 소버린이 지분을 10% 밑으로 낮추면 SK㈜는 외국인투자기업에서 벗어나 국내기업이 된다. 이렇게 되면 외국자본에 대한 경영권 보호를 위해 적용하던 ‘의결권제한 예외’ 조건에서 벗어나 계열사 의결권 일부가 다시 제한되면서 SK계열사의 의결권 있는 지분은 15.93%에서 6.47%로 크게 떨어진다. 그러나 소버린의 최고경영자(CEO)인 제임스 피터는 “주식을 팔 계획이 없다”고 부인했다.


▼SK의 수성전략 ▼

SK㈜는 18일 이사회를 열어 자사주 10.41% 가운데 7%를 하나 산업 신한 등 채권은행에 넘기고 나머지 3.41%는 제3의 우호세력에게 넘기기로 결의했다. 산업은행 유지창 총재는 “경영권 분쟁으로 채권단과 SK네트웍스가 이미 합의한 정상화방안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채권단이 SK㈜의 경영권 방어에 일정한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SK그룹은 SK네트웍스가 과거 해외에 숨겨놓았던 SK㈜ 지분 4.9%를 동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최 회장 지지세력에 넘겼다. 최 회장은 또 채권단에 담보로 맡긴 SKC 지분 5.22%를 시장에서 팔아 219억원(주당 1만3020원)을 마련했다. SK㈜ 주식을 살 자금이 필요해서다.

SK그룹의 경영권 향배는 21% 지분을 갖고 있는 국내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의 태도에 따라 달라진다. SK그룹은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감사의 독립성 강화, 계열사 지원 방지 등 기업지배구조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다.

한편 SK그룹과 소버린의 막판 타협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외에서도 적대적 M&A는 막판 협상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현재 SK그룹은 소버린 몫으로 이사 한 명은 수용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김용기기자 ykim@donga.com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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