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인터넷고발이 무서워"…소비자, 제품불만 글올려

  • 입력 2003년 11월 18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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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학교 급식용 식자재를 공급하고 있는 A사에는 때 아닌 비상이 걸렸다.

어떤 네티즌이 홈페이지 게시판에 구더기가 우글거리는 모습의 ‘충격적인 영상물’과 함께 “불량 식자재를 학생들에게 공급해도 되나요? 대기업의 윤리는 어디에 있나요”라는 내용을 띄운 것.

A사는 일단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는 답글을 띄운 뒤 진상파악에 나섰다.

A사로부터 식자재를 공급받아 운영하는 학교 급식업체가 재료 관리를 잘못해 발생한 사고로 판명됐다. A사로선 억울한 일이었지만 이미지 실추로 인한 피해를 회복할 방법은 없었다.

▽인터넷의 힘=수입차 업체인 B사는 최근 차를 3년 동안 탄 뒤 차량을 바꿔달라는 요구를 접했다. 마일리지는 이미 6만km를 초과한 상태. 그러나 이 고객은 “트랜스미션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새 차로 바꿔 달라”고 막무가내로 요구했다. B사가 교환 대신 수리를 해주겠다고 답변하자, 이 고객은 차를 전시장에까지 몰고 와서 망치로 차를 부수는 ‘전위 예술’을 공연, 회사 관계자들을 경악케 했다.

인터넷의 특성상 진실여부와는 상관없이 ‘어떤 주장’이 인터넷상에 뜨면 이 같은 정보는 천문학적인 속도로 퍼진다. 여기에 디지털카메라의 대중화로 시각적인 효과까지 가미되면서 인터넷에 띄운 주장의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 기업들의 고백. 때문에 기업들은 인터넷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뜨면 일단 ‘잘못했다’며 몸을 낮추는 전략을 매뉴얼로 채택하고 있을 정도. 기업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주장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려고 하면 당사자들을 흥분시켜 더욱 피해가 악화되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대응하나=홈쇼핑업체인 D사는 콜센터 직원 1500명 중 200명이 인터넷만을 전담한다. 인터넷 전담 직원들이 이처럼 많은 이유는 인터넷을 이용해 주문하는 고객들이 많기도 하지만 사이버 공간에 올라오는 불만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고객 불만이 인터넷에 오르는 경우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24시간 인터넷 공간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반응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식품업체들은 대개 인터넷 게시판을 운영하지 않고 있지만 CJ는 거꾸로 고객 게시판을 적극적으로 운영한다.

대신 이를 사내 망에 연결시켜 담당 직원들이 즉각적으로 대처하도록 했다. 처음에는 부작용이 많았지만 근거가 박약한 일방적 주장의 파괴력이 갈수록 약화되면서 이제 검증되지 않은 음해성 글들은 상당히 줄었다. CJ는 인터넷 파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경우.

그러나 아직도 기업들에는 “보상해주지 않으면 ○○사이트에 올리겠다”는 식의 협박성 요구나 주장들이 많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LG전자 고객상담실 성기홍 과장은 “대다수 소비자들은 그렇지 않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가끔 기업에 무리한 요구를 해온다”며 “소비자들이 높아진 위상에 맞춰 적절한 책임감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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