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藥인가 毒인가…찬반양론 엇갈려

  • 입력 2003년 10월 28일 17시 31분


미국의 경기회복 흐름을 타고 세계적으로 금리인상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한국은행도 콜금리 목표치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한국경제에 금리인상은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금리인상 요구 확산=세계적인 금리인상론은 최근 존 스노 미국 재무장관이 영국의 한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금리가 인상되지 않으면 실망할 것”이라고 말한 데서 비롯됐다.

또 영국의 중앙은행 통화정책위원회가 10월 초 금리인상을 놓고 의견이 팽팽히 맞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11월 초에는 영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런 세계경제의 흐름에 서울 강남의 집값을 잡기 위한 정부의 움직임이 더해져 국내에서도 금리인상론이 힘을 얻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경원(金京源) 상무는 “외환위기 이후 선거 등 정치적 이유로 이어진 저금리 정책은 한국경제에 부동산 투기, 가계대출 폭증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면서 “저금리 덕에 사업을 계속한 ‘한계기업’들의 구조조정을 방해하는 등 문제가 많은 만큼 지금이라도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9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3.8% 오르고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플레이션 방지를 위해 선제적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회복조짐 없는 한국경제에는 시기상조=이번주 들어 파이낸셜타임스와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 등 세계적 경제전문지들이 “조급한 금리상승은 경기회복의 싹을 꺾을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미국 월스트리트의 일부 이코노미스트들도 2·4분기(4∼6월) 이후 미국 경제가 5∼7%의 고성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부시 행정부의 세금감면 정책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7일 보고서를 통해 영국의 금리상승은 가계 및 기업의 채무부담을 가중시켜 경기회복을 저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국내 경제전문가들은 미국과 영국의 경기흐름과 무관하게 바닥탈출 기미가 없는 한국은 금리인상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한진(金漢進) 피데스투자자문 상무는 “8월까지 한국의 제조업 가동률은 80%에 못 미치고 있으며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아직 살아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성급한 금리인상은 신용카드업체의 부실을 늘려 카드사 건전성 문제가 다시 불거질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또 박진회(朴進會) 한미은행 부행장은 “수출기업과 정보기술(IT) 산업에 나타나는 경기회복세가 가계소득과 내수 증가로 이어질 때 비로소 한국은행이 금리인상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용기기자 ykim@donga.com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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