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커스]이미지 리모델링 바람

  • 입력 2003년 9월 2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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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F는 이동통신의 명품을 내세우며 대대적인 기업 이미지 변신 작업에 들어갔다. 사진제공 KTF
KTF는 이동통신의 명품을 내세우며 대대적인 기업 이미지 변신 작업에 들어갔다. 사진제공 KTF
“네거티브(negative·부정적) 전략을 펼쳐야 합니다.”

3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KTF 본사 17층 임원 회의실. 갓 부임한 남중수(南重秀) 사장에게 업무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임원들은 “지금이야말로 SK텔레콤의 세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으로 SK텔레콤이 광고 마케팅을 모두 접고 숨을 죽이고 있을 때였다.

그러나 남 사장은 뜻밖의 말을 했다.

“남을 흉봐서 순간의 이익은 얻겠지요. 그러나 우리 경쟁력이 근본적으로 높아질까요?”

순간의 이익을 좇기보다 오래갈 기업 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다 뜯어고쳐라=남 사장의 말대로 KTF는 위기에 처해 있었다. 휴대전화 시장에서 SK텔레콤은 ‘비싸지만 통화 품질이 좋은 회사’, LG텔레콤은 ‘서비스는 다소 떨어지지만 값이 저렴한 회사’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내년에 번호이동성(사업자에 관계없이 고객이 휴대전화 번호를 바꿀 수 있는 제도)이 시작되면 상당수 가입자들이 좋거나 싼 것을 찾아 이탈할 것으로 최근 시장조사에서 밝혀졌다.

이에 따라 KTF는 남 사장의 지휘 아래 대대적인 이미지 리모델링 작업에 나섰다.

휴대전화 가입자들에게 1 대 1 맞춤 서비스를 함으로써 통화품질은 물론이고 서비스에 있어서도 ‘명품’을 추구한다는 전략.

KTF는 9월부터 24시간 고객 응대를 시작했으며 고객의 통화 습관을 분석해 가장 저렴한 요금을 제시하기로 했다. 최근엔 두 사람이 무제한 통화할 수 있는 ‘무제한 커플 요금제’를 내놓아 업계를 긴장시켰다.

▽설탕회사에서 생활문화기업으로=기업 이미지를 바꾸려면 단순히 로고를 바꾸거나 광고를 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회사의 조직과 경영 자체가 먼저 변해야 한다.

CJ그룹은 멀티플렉스 극장업체인 CGV, 영화제작업체인 CJ엔터테인먼트, TV홈쇼핑 등 다양한 사업을 하는 회사.

그러나 작년 10월까지 회사명이 제일제당이었다. 자체 조사 결과 소비자의 43.8%가 제일제당 그룹을 ‘식품회사’, 32.7%는 ‘설탕회사’로 인식하고 있었다. 설탕회사에 다니는 태도로 엔터테인먼트 일을 잘할 수는 없었다.

CJ는 모든 계열사의 이름에 ‘CJ’를 넣는 기업이미지통합(CI)작업을 단행했고, ‘생활문화기업’으로 대내외적 이미지를 바꾸는 데 성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 신현암 수석연구원은 “소비자들이 이젠 제품뿐 아니라 제조업체가 어딘지를 따진다”면서 “종합적인 기업이미지 구축 작업이 경영에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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