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어떻게 운용되나]<5>나은 자산관리를 위한 과제

  • 입력 2003년 8월 28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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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식투자를 하다가 손해를 본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의 ‘과거’가 논란이 됐다. ‘2000년 이후’ 주식투자 손실이 5362억원이라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숲이 아니라 나무 하나만 보여주는 통계”라고 섭섭해 했다. 국민연금은 실제로 2000년 주식 직접투자 결과 1조6307억원을 잃었다. 그러나 전 해인 1999년에는 1조5523억원을 벌었고 2001년 이후에도 시장 평균보다 투자 수익률이 높다.

‘1999년 이후’의 투자 결과는 오히려 1조2946억원 이익이다. 연금이 주식투자를 시작한 93년 이후 연평균 수익률은 8.95%다.

▽국민연금 주식투자에 대한 국민 합의 필요=최근의 논란처럼 국민들은 국민연금의 주식투자에 대해 다소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주식에 투자해 수익을 내면 당연한 것이고 손해를 보면 왜 주식같이 위험한 자산에 투자하느냐는 반응이 그것이다.

그러나 모든 수익에는 위험이 따른다.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내려면 상응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 국민연금이 주식에 전혀 투자하지 않으면 요즘 같은 상승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를 미리 포기해 연금 자산 고갈을 앞당기는 셈이다.

조국준 기금운용본부장은 “국민의 돈을 불리기 위해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다만 위험을 적정하게 통제 관리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말했다.

강제적 손절매(損切賣) 규정을 둘러싼 논란도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 국민연금은 개별 주가가 산 값보다 30% 떨어지면 원칙적으로 팔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시리즈 2회에 소개한 올 3월 SK㈜의 사례처럼 기계적인 손절매는 국민의 자산을 축내고 시장을 붕괴시킬 우려도 있다.

홍성기 리스크관리팀장은 “주가 하락이 시장의 오해와 변덕 때문인지 아니면 기업의 내재가치의 변화 때문인지를 판단해 손절매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관투자가로서의 역할=한국 최대의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이 기관투자가로서의 역할을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미국의 연기금들은 법에 따라 투자 기업의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주요 경영 현안에 개입한다.

국민연금도 그런 역할을 해야 할까.

한쪽에서는 국민의 연금 자산가치 또는 기업의 주주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계 등 다른 한편에서는 그렇게 할 경우 정부가 ‘국민의 이름’으로 국민연금을 통해 시장과 기업을 통제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한다.

정석규 자금관리팀장은 “국민연금이 시대와 상황에 맞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민적인 합의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해마다 크게 늘어나는 기금을 어떻게 잘 운용할지는 기금운용본부 구성원들의 어깨에 드리워진 무거운 책임이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박사는 “안정적이고 질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 대상을 더 많이 개발하고 운용체제 개혁과 전문인력 양성을 계속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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