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대우건설 김우성과장 "아프리카 추장됐어요"

  • 입력 2003년 8월 24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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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 포트하커트의 에자마 커뮤니티에서 지도자(Chief)로 추대된 김우성 과장이 추대식이 끝난 뒤 최고지도자(Highness Chief)인 아이작아그바라 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포트하커트(나이지리아)=차지완기자
나이지리아 포트하커트의 에자마 커뮤니티에서 지도자(Chief)로 추대된 김우성 과장이 추대식이 끝난 뒤 최고지도자(Highness Chief)인 아이작아그바라 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포트하커트(나이지리아)=차지완기자
“Now you are a chief!(이제 당신은 지도자입니다!)”

13일 오전 10시경(현지시간) 나이지리아 남부 유전지대인 포트하커트의 에자마 커뮤니티 마을. 마을의 최고 지도자인 아이작 오사로 아그바라가 한 한국인에게 지팡이를 건네주자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곳에서 지팡이는 마을 지도자의 권위를 상징한다.

“한국인 지도자의 탄생으로 에자마 커뮤니티와 한국의 관계는 더욱 좋아질 겁니다.”

아그바라씨의 축하 연설이 끝나자 주변의 원로급 지도자들과 이 마을 주민들은 다시 한번 일제히 박수를 치며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인구 7만명 규모의 에자마 커뮤니티가 ‘지도자’라는 명예를 안겨준 사람은 대우건설 포트하커트 캠프의 김우성(金宇星·45) 과장. 나이지리아 근무 꼭 18년 만의 일이다.

“이곳에서 오래 살다 보니 현지인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죠. 동네 친구부터 나이지리아 군부의 장교에 이르기까지 수십명은 됩니다.”

현지에서 가스플랜트 공사를 하는 대우건설에서 김 과장은 ‘해결사’로 통한다. 가스플랜트 공사로 민원이 생겨 주변 커뮤니티와 갈등을 겪을 때가 많지만 “김 과장이 나서면 모두 친구가 된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말이다. “사실 이곳 주민은 ‘충격’에 둔감해요. 군부쿠데타가 빈번하고 전국 규모의 파업도 흔하죠. 게다가 오랜 기간 영국의 식민지로 있으면서 생긴 피해의식도 크고…. 외국인에게 적대적인 이유를 이해할 만해요.”

출발은 쉽지 않았다. 처음 나이지리아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모든 게 막막했다. 문화적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한때는 억울한 누명으로 청부살인 혐의를 뒤집어썼을 정도. 하지만 지금은 “눈빛만 봐도 무슨 말을 하는지 안다”고 말할 정도다. 현지에서 채용한 나이지리아인 중에는 김 과장이 개인적으로 보태준 지참금으로 결혼한 사람도 4명이나 된다.

기능직으로 출발해 5년 만에 정사원으로 승격한 것도 현장 관리능력과 현지 주민과의 친화력이 뛰어나다는 평가 덕분이었다.

“이곳에서 지도자의 의미는 각별합니다. 대통령제를 채택한 나라지만 인구가 1억5000만명에 이르는 데다 종족과 종교에 따라 분쟁이 심해 커뮤니티 단위에서는 지도자위원회가 마을을 실질적으로 이끌기 때문이죠.” 그러나 김 과장의 올해 소원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 이제는 가족과 함께 살고 싶다는 바람이다. “그동안 인터넷 메신저로 가족과 채팅을 자주 했죠. 하지만 그럴수록 더 보고 싶더라고요. 이번에 얻은 ‘지팡이’가 소중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우리 가족의 화목한 삶까지 보장해주는 건 아니잖아요.”포트하커트(나이지리아)

차지완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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