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어떻게 운용되나]주식투자 아웃소싱 2년의 성과

  • 입력 2003년 8월 24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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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한국 최대의 기관투자가다. 2003년 7월 현재 운용자금만 103조7286억원. 이 가운데 80%인 82조9797억원을 채권(92.0%)과 주식(7.5%) 단기금융상품(0.5%)에 투자한다.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는 2001년 7월 외부 운용기관에 돈을 맡겨 주식 투자를 하는 등 운용체제를 정비했다.

만 2년이 지난 지금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 자산운용업계와 투자자들이 눈여겨볼 만한 자산운용 비법을 5회에 걸쳐 소개한다.》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의 오성식 주식운용총괄 상무는 매월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주는 성적표를 받는다.

이 회사는 기금운용본부에서 1200억원을 위탁받아 두 개의 펀드로 운용한다. 성적표에는 두 펀드가 그달에 얼마나 좋은 성적을 거뒀는지가 나와 있다.

오 상무만이 아니라 국민연금의 주식투자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37개 운용회사의 책임자들은 모두 성적표를 받는다.

평가 방식은 철저한 상대평가. ‘이번 달에 귀사의 펀드 운용 실적은 37개 회사 가운데 상위 몇%에 들었다’는 식이다.

▽치열한 경쟁, 구체적인 지침=김영일 국민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국내 최대의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의 돈을 얼마나 많이 받아 잘 운용하는지는 회사의 명예와 명운이 걸린 중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펀드 운용 대가로 주는 보수는 일반 사모(私募) 및 공모펀드의 투자자가 주는 보수보다 적다. 그러나 운용회사들은 늘 국민연금 자금에 목을 맨다.

국민연금은 꼭 2년 전인 2001년 7월 기금운용 체제를 개편했다. 주식 투자 자금의 일부분을 외부 운용회사에 맡기는 위탁운용(아웃소싱)은 대표적인 변화였다.

변화를 주도한 김선영 당시 기금운용본부장은 “내부 운용팀과 외부 운용회사들이 경쟁하고 외부 운용회사끼리 경쟁하면 더 좋은 성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판단은 옳았다. 2년 동안 외부 위탁 자금의 수익률이 50.34%를 나타내는 등 시장 평균보다 수익률이 높았다. 내부 운용팀도 이들과 경쟁하기 시작했다.

구체적인 지침도 중요한 성공 요인이다. 기금운용본부는 펀드 유형을 5개로 나눠 운용회사와 매우 구체적인 계약을 한다.

운용 기간과 주식 투자 비율, 투자 전략, 벤치마크(수익률 평가의 대상이 되는 지수 등), 수수료와 성과급 등을 자세하게 제시한다.

김 본부장은 “지침과 목표, 상과 벌이 명확하고 운용기간과 자금 규모가 정해져 있어 어떤 사모 펀드보다 자신을 가지고 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선발하고 어떻게 평가하나=국민연금의 돈을 받은 37개 회사는 투신운용사 18개, 자산운용사 6개, 투자자문사 13개. 150여개 회사 가운데 자체 기준에 따라 엄선됐다.

회사를 고를 때는 ‘4P’원칙이 적용된다. 운용철학(Philosophy), 운용성과(Performance), 투자절차(Process)의 투명성, 투자인력(People)의 전문성이 그것.

심사과정에서 운용회사 책임자들은 자신이 보는 시장 전망과 자산 운용 철학을 발표해야 한다. 시장을 보는 눈과 원칙이 없는 회사의 지원서는 휴지통에 들어간다.

모든 펀드는 각자의 벤치마크를 얼마나 뛰어넘었는가에 따라 평가된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재계약을 못하거나 자금이 줄어든다.

뛰어난 성과를 내면 자금과 보수가 늘어난다. 2년 동안 수익률 80%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외국계 운용사의 한 펀드는 2002∼2003년 4억4000만원을 보수로 받았다. 이와 별도로 성과급 7억4000만원을 받았고 내년도 보수율이 두 배 이상으로 올랐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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