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 사기에 운다…구직자 30%가 "사기 피해 경험"

  • 입력 2003년 8월 22일 18시 18분


대학졸업 후 1년째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K씨(27)는 D출판사에서 ‘홍보 관리직’을 모집한다는 채용공고를 보고 입사했다.

‘이제 나도 지긋지긋한 취업전쟁에서 해방됐구나’하는 들뜬 마음으로 회사에 출근했지만 그에게 맡겨진 일은 예상과 달리 지방을 돌며 책을 파는 것이었다.

‘지금 나가봐야 다른 직장을 구하기 어렵다’는 생각과 ‘입사 후 3개월부터는 서울 본사의 정식직원 발령을 내주겠다’는 제안을 믿고 3개월을 버텼다.

이 기간에 김씨는 월급을 한푼도 받지 못했고 본사발령 약속도 지켜지지 않아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

L씨(28)는 모 정수기 회사의 일반사무직 구인광고를 보고 취직했다. 그러나 출근 첫날부터 “영업직으로 출발해 물건을 잘 팔아야만 사무직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지시를 받았다.

영업경력이 전혀 없는 그에게 정수기 판매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두 달 동안 월급은 거의 받지 못했고 팔지 못한 정수기와 그로 인한 빚 2000만원만 남긴 채 퇴사했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구직자의 절박한 처지를 이용한 취업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졌다.

22일 온라인 취업포털 잡링크(www.joblink.co.kr)가 대졸이상 구직자 2054명(남자 1108명, 여자 946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624명(30.5%)이 구직활동을 하다 취업사기 피해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사기유형은 ‘근로조건 허위·과장’이 49.9%로 가장 많았고 △다단계판매 또는 영업강요 24.4% △학원수강 등 조건제시 12.8% △교재비 등 금품요구 8.4% 등으로 나타났다.

취업사기를 당한 후 조치를 묻는 질문에는 절반이 넘는 53.3%가 ‘그냥 넘어갔다’고 답해 구직자들의 적극적인 법적대응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잡링크 한현숙 사장은 “구직자들이 선호하는 관리 또는 기획사무직으로 구인광고를 낸 후 영업직으로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보수 000원 보장’, ‘학원과정 수료 후 100% 취업 보장’ 등의 문구는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취업사기를 의심할 만한 광고문구와 사기수법 ▼

○‘평생 직업, 고소득 보장’ ‘선불 가능’ ‘침식 제공’ ‘해외취업자 모집’ ‘학원생 모집’

○물품구입 및 학원수강하면 정규직으로 취업할 수 있다

○‘월 최하 300만원 보장’

○2,3개월 연수과정 통과하면 팀장 승진

○정확한 회사명을 감추면서 대기업 계열사임을 강조

○담당자명을 ‘이 실장’ ‘오 팀장’ 등 직급으로만 표시

○신용카드 및 인감증명서 지참 요구

○취업알선 목적으로 사례비 청구

○담당자 연락처를 휴대전화번호로 표기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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