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車 노조 파업결의…기본급 24% 인상 요구

  • 입력 2003년 8월 21일 18시 30분


임금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대우자동차 노조가 21일 파업을 결의했다. 노조가 실제로 파업에 들어갈 경우 제너럴모터스(GM)의 대우인천자동차(옛 대우차 부평공장) 인수에 급제동이 걸리는 등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대우차 노조는 이날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벌인 결과 투표율 88.09%, 찬성률 78.8%로 파업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옛 대우자동차에서 분리된 GM대우차(군산 및 창원)와 대우인천차는 각각 별도의 법인이지만 노조는 통합 운영되고 있다.

▽대우차 노조의 주장=노사의 핵심 쟁점은 임금인상. 노조는 기본급의 24.34%(23만8297원)를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반면 사측은 “10.3%(10만1000원) 이상 올리기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임금이 동결된 4년 동안의 물가상승률 11.54%에다 올해 동종 업계 평균 임금상승폭인 12.8%를 더한 것”이라며 “과도한 요구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2002년 기준 대우차 직원의 기본급은 현대자동차의 82%에 불과하고 평균 연봉은 2000만원 이상 적어 생계를 이어가기 어렵다는 것.

그러나 회사는 “올해도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경영에 지나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직 파업할 때 아니다”=GM대우차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날 “옛 대우자동차가 1999년 이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법정관리 등을 거치는 동안 공적자금이 2조원 이상 투입됐다”며 “국민의 세금으로 겨우 정상화의 기틀을 마련한 상태에서 임금을 올리기 위해 파업을 결의한 것은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라고 비판했다. 적자 상태인 대우차에 다니는 직원이 연간 이익이 수조원인 현대차 직원과 비교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는 지적.

채권단은 옛 대우차의 정상화를 위해 2조원을 지원했을 뿐 아니라 2002년 GM에 매각할 때도 △20억달러의 장기 대출 △2억달러의 출자 등을 지원했다.

대우차 노조의 파업 결정은 GM의 부평공장 조기 인수 가능성에도 찬물을 끼얹었다.GM은 부평공장 인수조건으로 △6개월 연속 주야 2교대 가동 △노사화합 △연 4%의 생산성 향상 등을 내걸었다. 인수를 위한 핵심조건에 문제가 발생한 것. 최근 부평공장이 ‘주야 2교대 근무’에 들어가면서 이에 대한 기대가 커졌었다. 대우인천차 김석환(金錫煥) 사장은 “장기적으로 부평공장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GM에 인수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이 같은 정황 때문에 노조의 파업결정은 사측에 대한 ‘압박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업을 거론하고 가결한 자체가 적절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편 노사는 22일 임금협상을 재개한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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