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 부동산… 투자 신중히…실거래 작년보다 급감

  • 입력 2003년 5월 21일 17시 29분


‘지금부터 부동산투자는 신중히 하라.’

최근 청약시장과 일부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의 과열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부동산 안정대책이 잇따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시장의 내부 상황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다르다. 거래가 크게 둔화되고 있고 집값의 선행지표인 전월세의 안정세가 두드러지는 등 부동산시장의 침체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

따라서 전문가들은 실수요자나 여윳돈이 많지 않은 투자자라면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부동산 거래 주춤하다=봄 이사철로 거래가 활발했던 올 3, 4월 두 달 동안 소유권 이전 등기건수가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크게 줄었다.

서울의 경우 10만1678건으로 작년보다 25%가량이나 줄었고 인천(―22%)과 경기(―13%) 지역도 두자릿수가 감소했다.

특히 전국 집값을 선도하는 서울 강남구 등기소의 경우 소유권등기 이전, 압류, 말소 등을 모두 포함한 하루 등기처리건수는 300∼400건 정도. 이는 부동산경기가 정점에 달했던 지난해 9, 10월(평균 1000여건)의 절반을 훨씬 밑도는 수준이다.

서울 강남구 등기소의 한 관계자는 “최근 강남 집값이 크게 올랐다고 하는데 실제 등기처리건수는 줄어들었다”며 “일부 투기세력의 ‘작전’으로 호가만 오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토지시장은 거래 위축 분위기가 완연하다.

한국토지공사에 따르면 1·4분기(1∼3월) 전국토지거래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6% 정도 감소한 64만3903필지였다. 특히 서울은 이 기간에 작년보다 30%나 줄어들었다.

▽전월세금도 주춤하다=부동산시장에서 전월세금은 매매가의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전월세 세입자는 전월세금이 오르면서 부담이 커지면 아예 주택을 구입하는 실수요자로 바뀌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월세금이 오르면 일정 기간을 두고 집값이 오르고 전월세금이 안정되면 집값은 떨어진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4월 말 현재 전세금은 작년 말보다 1.5% 상승하는 데 그쳤다. 특히 서울은 0.7%로 거의 제자리에 머물렀다.

월세는 오히려 떨어졌다. 한때 1.3% 수준까지 올랐던 월세 이율은 지난해 말까지 1%대를 유지했으나 올 들어서는 0.9%대로 내려왔다. 이에 따라 작년 말 대비 4월 말 현재 월세이율 하락률은 각각 서울 9.9%, 광역시 5.0%, 중소도시 5.1%였다.

수도권 지역의 부동산 소유권 이전 등기 현황 (단위:건)
지역2002년2003년
3월4월3월4월
서울전체67,52867,29046,34655,332
강남구4,5772,2832,6693,010
서초구2,1941,8861,3561,758
송파구3,0262,7672,3832,697
경기전체44,67340,58735,76038,434
광명시2,0392,2361,3022,792
*의정부 지역은 경기 전체가 아닌 서울 전체 통계에 포함
자료:대법원 법원행정처 법정심의관실

1·4분기 전국 및 주요지역 토지거래현황 (단위:필지)
2002년2003년
1월2월3월1월2월3월
전국208,143208,688268,672192,523208,210243,170
서울36,23339,79748,77123,34927,64233,688
인천11,89111,24717,6048,8789,78512,595
경기58,83760,87374,56646,11946,10861,146
대전4,7154,8976,1116,0888,5115,531
충남9,5379,36912,77014,35617,72216,251
자료:한국토지공사

▽분양시장의 ‘나 홀로’ 활황=다만 최근 부동산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분양시장이 활황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분양권 전매제한을 받지 않는 주상복합아파트는 청약경쟁률과 실제 계약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최근 분양을 끝낸 서울 마포구 삼성 트라팰리스의 경우 계약 첫날인 19일 하루 동안 전체대상자의 95%가 계약을 마쳤다. 지난달 말 분양한 주거용 오피스텔 ‘신도림 월드 메르디앙’도 첫날 100% 계약을 완료했고 ‘브라운스톤 중계’(이수건설) 역시 계약 이틀 만에 85%의 높은 계약률을 보였다.

이처럼 분양시장이 ‘나 홀로’ 활황을 보이고 있는 것은 단기투자수익을 노린 ‘투기성 자금’이 대거 부동산시장에 몰리기 때문.

스피드뱅크의 성종수 경제연구소장은 “시중에 380조원에 이르는 자금이 떠도는 상황에서 초저금리와 500선을 헤매는 주식시장에 매력을 잃은 투기자금이 부동산에 집중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투자는 신중히 하라=전문가들은 여윳돈 투자자가 아니라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투자에 나서는 것은 좀 심하게 말해 ‘자살행위’라고까지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부동산 분양 전문회사 ‘내외주건’의 김신조 실장은 “현재 나타나는 분양시장의 호황도 일부 인기지역에 국한된 상황”이라며 “여러 가지 부동산시장의 요건을 보면 가격 급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실수요자라면 무리한 투자를 삼가야 한다”고 충고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차지완기자 cha@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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