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기업 사정목적 순수해야

  • 입력 2003년 5월 5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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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민정수석실 중심의 공기업 임원 사정 작업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비리 첩보가 들어오면 감찰 차원의 일상적 사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으나 사정작업을 시인한 것만으로도 공기업 임원들에게 주는 심리적 압박은 대단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직 공무원과 공기업 임원의 임기 보장을 선거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부패하고 무능한 사람까지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판공비 사용(私用) 또는 인사 납품 비리가 드러난 공기업 임원에 대해서는 철저한 추궁을 거쳐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것이 옳다. 더욱이 공기업 임원 중에는 지난 정권에서 ‘낙하산’을 타고 임명돼 공기업의 건전성을 훼손한 사람이 적지 않다. 정부 출범 초기라서 비리 관련 제보가 많은 데다 기획예산처의 공기업 경영평가와 맞물려 대폭적인 물갈이 인사가 예상된다.

그러나 공석이 된 자리에 선거에 공이 있는 민주당 사람들을 심는 방식으로 공기업 임원 물갈이가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민주당 당직자들이 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당국에 선거 공신에 대한 배려를 거듭 요청해 청와대로서도 심적 부담이 크겠지만 공기업 임원은 결코 선거 승리의 전리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공기업의 비효율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못한 주원인이 낙하산 인사에서 기인했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낙하산으로 내려온 사장과 임원들은 노조에 발목이 잡혀 나눠먹기 경영으로 임기 채우기에 급급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공기업의 비효율로 이어지는 낙하산 인사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사정이나 경영평가를 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공기업 임원들에게 막연한 심리적 압박을 가해 자진 사퇴를 유도하는 식이 돼서는 안 된다. 비리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임원에 한해서만 사표를 받거나 사법처리를 해야 한다. 빈자리가 생기면 능력을 갖춘 인재를 널리 구하는 것이 참여정부가 내건 정책목표에도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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