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자니 불안하고…" 환율급락에 외화예금자 '속앓이'

  • 입력 2003년 4월 21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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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4월 초까지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원화가치 하락) 달러화를 쌓아왔던 외화예금자들이 중순 이후 환율이 급락하자 달러를 팔아야할지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전 세계적으로 달러화 약세가 진행되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은 여전히 예측 불허라는 분석 때문이다.

▽달러 쌓아온 외화예금자의 고민〓올 들어 북한 핵문제, SK글로벌 사태, 이라크전쟁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기업과 개인들이 달러보유를 계속 늘려왔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작년 말 124억3000만달러에서 15일 147억4000만달러로 23억1000만달러 증가했다.

원-달러 환율은 1월 말 달러당 1170.1원에서 4일 달러당 1258원까지 치솟은 뒤 최근 10영업일 연속 하락하며 18일 달러당 1203.9원을 보인 뒤 21일 달러당 1208.5원으로 마감했다.

이에 따라 달러당 1210원선 이상일 때 뛰어들었거나 1250원 안팎의 고점에서 달러를 매입한 투자자들은 현 시점에서 계산할 때 상당한 손실을 보는 것.

기업들은 달러를 매매할 때 위험회피(헤지) 수단을 마련하므로 환율 급등락시 손실을 줄일 수 있으나 개인은 별다른 대책이 없어 환율이 급락하면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개인들의 외화예금은 전체의 23% 정도인 34억달러 정도로 추정된다.

▽달러 당분간 약세, 원-달러 환율은 미지수〓국제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는 이라크전쟁 이후 미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 때문에 유로화, 일본 엔화 등 주요 통화에 대해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이 지난해 말 1369억달러에 달한 재정적자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하루 15억달러의 외국인 투자를 유치해야 하지만 미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으로 뉴욕증시와 달러화에 대한 매수세는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주 달러화 가치는 유로화에 대해 1.3% 하락했으며 엔화에 대해서도 0.7% 하락했다.

한국은행은 이라크전쟁 종결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반영된 상황에서 미국의 경상수지적자, 재정적자 등 남아있는 악재들이 달러환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은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많다.

이창형 한은 외환시장팀장은 “지난해 말 전망했던 것보다 국내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 데다 북한 핵문제와 SK글로벌 사태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려워 원-달러 환율이 계속 하락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며 “이 같은 불확실성 탓에 국내 외환보유자들이 환율의 움직임과 무관하게 달러화를 보유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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