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 채권단 신규지원 요구

  • 입력 2003년 4월 11일 19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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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글로벌 채권단은 “SK그룹 주력 계열사들이 SK글로벌에 새로 추가 출자하라”고 요청하는 등 신규 지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채권단은 SK글로벌이 15일까지 제출키로 한 2차 자구안에서 그룹 주력 계열사의 지원을 포함하는 특별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법정관리 또는 청산을 검토하기로 했다.

11일 SK글로벌 채권단에 따르면 채권단은 2차 자구안에 SK㈜와 SK텔레콤이 신규 출자하는 방침을 포함하도록 최근 SK그룹측에 요청했다.

채권단은 또 △SK글로벌이 갖고 있는 주유소를 SK㈜가 시가에 매입하고 △SK텔레콤은 SK글로벌이 보유한 SK텔레콤 주식을 자사주 형태로 사들이는 한편 두루넷 전용회선망도 적정가에 매입하는 등 다른 SK 계열사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채권단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SK글로벌이 살아날 수 있도록 과감한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홀로서기가 어렵다”며 “이럴 경우 부득이 법정관리나 파산 등 극단적인 처방을 검토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실사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해외 부문을 중심으로 부실 규모가 클 것”이라면서 “SK글로벌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채권금융기관들은 추가 부실 규모가 1조5000억∼2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 전체 부실 규모가 약 4조원 이상 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그룹은 그러나 참여연대와 소액주주 등의 ‘SK글로벌 지원 거부’ 요청으로 SK글로벌 자구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탠더드 차터드 등 해외 채권금융기관들도 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SK글로벌과의 협상에서 모회사인 SK㈜를 포함한 그룹측의 지원 여부를 집중적으로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협상에서 일부 해외금융기관들은 SK글로벌의 회생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를 들어 SK글로벌과 국내 채권단이 요청한 3개월 채무유예 요청에 대해 거부 의사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적대적 M&A 가능성 부인 ▼

최근 SK㈜의 최대 주주로 떠올라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해외투자펀드 크레스트 시큐리티스와 관련해 SK㈜는 11일 “크레스트와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투자협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몇 차례에 걸친 만남에서 크레스트측은 “지분 매입 목적이 M&A나 이를 무기로 지분을 비싸게 팔려는 ‘그린 메일(Green Mail)’이 아니라 장기투자”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SK㈜는 “현재 SK㈜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유정준 전무가 크레스트 관계자를 만나 회사 현황을 설명하고 지분 매집과 관련해 협의하고 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그러나 SK㈜의 지배권만 확보하면 SK텔레콤(SK㈜ 지분 20.85%) 등 SK그룹 주요 계열사의 경영권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적대적 M&A 가능성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크레스트가 SK㈜의 주식 1722억원어치(12.39%)를 사들여 자산총액 47조원에 이르는 SK그룹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증시 관계자들은 또 크레스트측이 여러 차례 밝힌 것처럼 주식 매입 이유가 장기투자라 할지라도 1대 주주의 당연한 권리인 이사 선임이나 지배구조개선 등을 SK에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크레스트에 관해서는 모회사인 소버린 펀드가 모나코에 본부가 있는 영국계 투자자본이라는 점 외에는 알려진 사실이 거의 없다. 소버린은 2001년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합병을 전후로 여러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국민은행 지분 3%가량을 확보했으며 일부 지분을 정리해 현재 2%가량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은 “소버린 펀드는 비교적 장기에 걸쳐 우량주에 투자하는 펀드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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