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집단소송제 경보'…정부 월내立法 기업들 전전긍긍

  • 입력 2003년 4월 6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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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가 증권분야 집단소송제 도입에 따른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경제계는 정부가 4월 안에 증권집단소송제를 도입하겠다고 함에 따라 이번 주 안에 국회 법사위에서 법안을 심의하고 다음 주에 공청회를 여는 등 법 제정준비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제 5단체는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중심으로 경제계 안(案)을 마련해 최종 의견을 모으고 있다. 대기업들도 각기 이 제도 도입에 따른 파장을 분석하고 소송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 마련에 분주하다.

삼성그룹은 최근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들의 법무팀을 각각 1∼2명씩 보강했으며 KT는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고 회계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컨설팅을 의뢰하는 등 내부 정비에 나섰다.

경제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제도 도입으로 인한 소송 남발과 경영 불안.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에 따르면 집단소송의 대상이 되는 기업은 증권거래소나 코스닥에 상장된 자산 2조원 이상 법인으로 현재 89개사가 해당된다.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요건은 △기업의 분식회계(부실감사 포함) △허위공시 또는 중요한 사실 누락 △주가조작(내부자거래 포함) 등 세 가지 중 하나의 원인에 의해 주가가 하락해 소액주주들이 손해를 보았을 때이다.

이 가운데 분식회계와 주가조작은 불법이라고 해도 분기, 반기, 연간 사업보고서에 중요한 사실을 누락하거나 허위 기재한 부분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많다는 것이 경제계의 걱정. 현행 증권거래법에는 사업계획서나 보고서 기재 사항을 ‘중요한 경영상의 사항’으로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어 지금도 종종 기업과 금융감독원 사이에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또한 법원이 소송을 허가하는 적극적인 소송 심사제도가 도입될 예정이어서 법원의 전문성과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것.

전경련 양세영 기업정책팀장은 “기업뿐 아니라 법원과 금융감독기관 등에 모두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면서 “최소 2∼3년은 시행을 유예해야 한다는 것이 기업들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경제계는 이 밖에도 원고의 입증 책임을 강화하고, 형사소추된 사건에 대해서만 집단소송을 허용하는 등 소송 남발을 막을 보완대책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나 법조계는 반대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민사법인 집단소송법에서 형사소추된 사건만을 다루자는 것은 소액주주 보호 등 법의 취지에 맞지 않으며 허울뿐인 집단소송제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삼성그룹 안홍진 상무는 “미국에서도 AT&T 시스코 등 상대적으로 투명한 대기업들이 집단소송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면서 “제도가 도입되면 이미지 훼손을 우려한 기업들이 판결 전 합의를 선호할 것이고 이는 다시 소송남발 유인이 되는 등 기업 부담을 늘리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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