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콤 채병호 국장, 코카콜라 사상 첫 대행사 독자제작

  • 입력 2003년 3월 17일 20시 19분


코멘트
서울 광화문 일민미술관 1층의 ‘카페 imA’에서 만난 채병호 국장. ‘콜라를 들고 포즈를 취해달라’는 기자의 주문에 채 국장은 “콜라는 사진을 찍으면 너무 짙어 간장처럼 보인다”며 물을 반쯤 탄 뒤 병을 들어보였다. 나성엽기자
서울 광화문 일민미술관 1층의 ‘카페 imA’에서 만난 채병호 국장. ‘콜라를 들고 포즈를 취해달라’는 기자의 주문에 채 국장은 “콜라는 사진을 찍으면 너무 짙어 간장처럼 보인다”며 물을 반쯤 탄 뒤 병을 들어보였다. 나성엽기자
지난해 여름. 웰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채병호 국장에게 떨어진 광고주의 요구사항은 단 한마디였다.

“이제 코카콜라를 마시는 사람은 ‘가족’이 아닙니다. 젊은이들입니다. 그들을 잡아주세요.”

카스(‘톡’)와 라거(‘기분난다’) 등 식음료 광고를 여러 편 제작, ‘마시는 것’이라면 일가견이 있는 베테랑이었지만 채 국장은 난감했다.

수십년 동안 ‘즐겨요 코카콜라’ ‘마셔요 코카콜라’를 외치며 화목하고 행복한 분위기를 노래해 온 회사가 갑자기 젊은이들에게 무슨 말을 한다는 말인가.

시장조사는 외주를 주거나, 자체 인력으로부터 보고를 받는 게 보통. 채 국장은 그러나 이번에는 자신이 직접 나섰다. 대학생 100여명을 직접 인터뷰하고 그들의 고민과 비전을 들었다. 밤에는 ‘기도’의 만류를 뿌리치고 나이트클럽으로 가 젊은이들과 어울렸다.

단골이 되자 한 번은 웨이터가 젊은 여성을 ‘부킹’해 주기도 했다. 그 여성의 첫마디는 이랬다.

“아저씨, 여기 어떻게 들어오셨어요?”

수개월간의 조사 끝에 채 국장이 내린 결론. 요즘 젊은이들은 기분 내키는 대로 일을 처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들은 고민이 많다. 대학 입학과 동시에 취업을 준비한다. 캠퍼스에서 낭만은 사라졌다. 그들이 ‘막 나가는 것’처럼 보일 때는 게임이건, 스포츠이건,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할 때뿐이다.

채 국장은 ‘그들에게는 고민을 잠시 중단하고 기분 내키는 대로 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촬영은 이탈리아 남부의 작은 독립국가인 몰타의 해상 촬영장에서 이뤄졌다. 이곳은 ‘U-517’ ‘컷스로트 아일랜드’ 등 바다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자주 촬영한 곳. 기중기가 쏟아 붓는 물 8t이 일으키는 거대한 파도를 바라보던 젊은 남녀 커플이 느낌이이끄는 대로 파도 속으로 뛰어든다는 내용. 그리고 카피.

‘Stop thinking, Feel it!’

본사에서 정한 광고 컨셉트를 고집하기로 유명한 코카콜라가 대행사의 아이디어와 카피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채 국장은 “오랜 기간 체험과 시장조사결과 나온, ‘생각이 아닌 느낌’이 만들어 낸 아이디어여서 광고주도 만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