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SK 충격'에도 패닉은 없었다

  • 입력 2003년 3월 13일 16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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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한국 증시는 전날에 이어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에 따른 패닉(심리적 공황)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외국인이 소폭(281억원) 순매도를 기록한 가운데 기관이 대량(2102억원) 순매도하고 개인이 적극적인 순매수(1632억원)으로 받아냈다.

기관 순매도의 30%는 SK와 SKC가 차지했다. SK와 SKC는 이날 각각 총 주식 수의 5분의 1 가량인 1905만주와 687만주가 거래됐다. 대부분이 기관이 하한가로 처분한 손절매 물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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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은 칼처럼 냉정하게 골라서 팔고 가려서 사는 최근 태도를 유지했다. SK, SKC는 꾸준히 처분했으나 SK텔레콤은 엿새째 대량 순매수했다.

증시를 주도하는 쌍두마차인 기관과 외국인이 담담하고 냉정하게 나오는 한 SK글로벌 사태가 그 자체로는 증시에 더 이상의 충격은 주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외국인 동향〓미리 눈치라도 챈 듯 외국인은 지난해 12월 27일 이후 SK글로벌 주식을 103만주 순매도했다. SK에 대해서는 1월 29일 이후 330만주 순매수했으나 검찰이 SK그룹 구조조정본부를 압수수색한 2월 18일부터 지난 12일까지 403만주를 순매도했다.

반면 SK텔레콤은 2월 18일 이후 닷새 연속 순매도한 뒤 갈짓자 행보를 하다가 3월 10일 이후 닷새 연속 순매수를 나타냈다. 특히 검찰 수사결과가 발표된 12일 14만4000주를 순매수한 데 이어 13일에도 22만8000주로 매수 강도를 높였다.

지분이 0.3% 미만으로 매우 낮은 SKC나 SK증권 SK가스 SK케미칼 등 다른 계열사 주식 매매에서는 이렇다할 특징이 보이지 않는다.

은행주에 대해서도 분별력있는 매매 기준이 적용됐다.

SK글로벌의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 주식은 1월 30일 이후 326만주를 순매도했다. 2월 19일 이후 109만주를 순매수했던 외환은행 주식은 이번 사태로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밝혀진 12일 18만주를 순매도했다.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는 다른 은행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순매수 기조를 유지했다. 2월 13∼28일 480만주를 순매도했던 국민은행 주식은 3월들어 65만주 순매수로 전환했다. 한미은행은 12일 35만주, 13일 23만주를 각각 순매수했다. 신한지주도 12일 262만주를 순매수했다. 부산은행은 2월 4일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사들여 지금까지 모두 1180만주를 순매수했다. 대구은행 주식도 2월 27일 이후 111만주를 순매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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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와 전망〓동원증권 김세중 연구원은 "외국인은 SK글로벌 사건을 대우사태 때처럼 한국의 재벌구조나 은행 시스템 전체의 문제로 보지 않고 개별기업의 문제로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LG투자증권 정승교 애널리스트는 "SK텔레콤은 SK글로벌 회생 과정에서 자금 지원을 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명확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SK글로벌이 보유중인 400만주의 SK텔레콤 주식을 매도하면 이를 자사주로 떠안겠다고 밝혔다"면서 "외국인이 이를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증권 조병문 애널리스트는 "은행주에 대한 충격은 일단락됐다"면서 "최근 은행주에 대한 외국인 매수세는 펀더멘털 개선 기대보다는 주가 낙폭과대에 따른 가격 메리트가 주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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