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씨 "전경련 회장 맡은게 최대 실수"

  • 입력 2002년 12월 27일 18시 31분


해외도피 생활을 하고 있는 김우중(金宇中·66) 전 대우그룹 회장은 “나의 최대 실수는 전경련 회장을 맡은 것이며 대우문제를 대처하는 데 현실적 안목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문화일보는 27일자에서 지난 가을 동남아에서 도올 김용옥(金容沃)씨를 만난 김 전 회장이 이렇게 말했다고 보도했다.

김 전 회장은 김씨를 만나 “전경련 회장을 맡고 마치 경제대통령이나 된 것처럼 우쭐했다. 그리고 국가대사만을 염려했다. 따라서 대우 자체의 문제를 충실히 대처하고 풀어나가는 현실적 안목이 부족했다. 나는 어리석었다”고 후회했다는 것.

그는 대우의 외화도피 통로로 알려진 영국의 BFC법인에 대해 “해외투자를 할 때 일일이 정부의 인증과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그것을 간략화하기 위해 대우 내 금융기관처럼 운영된 융통계좌”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외환관리법에 약간 위배되더라도 대우가 먼저 금융감독위원회에 계좌운영을 신고했고 금감위가 현지 실사를 통해 일부 미규명 항목이 있지만 운영상 별다른 하자가 없다고 판정을 내렸는데 갑자기 ‘비밀계좌’로 둔갑했고 대우의 신고도 ‘적발’로 표현됐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는 대우 해체의 원인에 대해 “대우는 다른 기업과 달리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해 80% 이상을 해외에서 생산하고 해외에서 판매했다. 그러다 보니 해외금융으로부터 끊임없이 자금을 조달해야 했고 멈추면 곧 쓰러지는 자전거가 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 전 회장은 27일 오전 김용옥씨와 전화 통화에서 “노무현 대통령후보의 당선을 충심으로 축하드리며 민족의 새로운 화합과 활력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면서 “대우의 모든 문제는 나의 책임일 뿐이며 변명할 생각이 없고 국민께 부담을 드려 죄송하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김우중씨 87년 프랑스 국적 취득▼

분식회계 및 경영비리 혐의를 받고 99년 10월 출국해 3년 넘게 도피생활 중인 김우중(金宇中) 전 대우그룹 회장이 87년 취득한 프랑스 국적을 이용해 행적을 숨겼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이미 1년 전 김 전 회장의 프랑스 국적 취득 사실을 알고도 ‘프랑스인 김우중’의 행적에 대해 프랑스 사법당국에 전혀 수사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김 전 회장을 국내로 소환하려는 적극적 의지를 갖고 있었는지에 대해 의문이 일고 있다.

김 전 회장은 해외 도피 이후 지난해 3월까지 1년 5개월간 한국 여권으로 7개국을 전전한 것으로 확인됐으나 체포영장이 발부된 지난해 3월 이후 행적은 알려지지 않아 프랑스 여권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경찰청 외사과는 27일 “지난해 11월 프랑스 인터폴로부터 ‘김 전 회장이 87년 4월 2일 프랑스 국적을 취득했으며 현재 독일에서 신병치료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검찰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김 전 회장의 한국 여권은 이달 1일 태국에서 출국한 직후인 2일 만료됐다”며 “앞으로 여행을 할 경우는 프랑스 여권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김 전 회장의 측근은 “87년 구소련 등 공산권 출장을 위해 프랑스 국적을 신청해 승인을 받았다”며 “그러나 이후 공산권이 개방되면서 프랑스 국적이 필요하지 않아 국적 취득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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