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수출 성공사례]'변신-신용'으로 세계시장 열었다

  • 입력 2002년 12월 25일 18시 38분


‘무섭게 따라오는 중국보다 한발 앞서야 산다’, ‘잘나갈 때 안주하지 말고 계속 변신하라’, ‘제품을 팔지 말고 신용을 팔아라’….

작은 덩치로 해외시장을 뚫은 중소기업들은 평범해 보이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성공의 키워드들을 갖고 있었다. 최근 중소기업진흥공단이 펴낸 ‘중소기업 글로벌마케팅 성공 사례’는 해외시장 공략의 ‘평범한 비결’들을 생생히 전하고 있다.

▽중국 제품과는 달라야 산다〓저가 공세로 추격해 오는 중국 제품과 차별돼야 한다는 건 업종을 불문하고 공통적인 숙제다. 91년 설립된 다미상사는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100분의 1 정도로 미세한 섬유인 초극세사로 만든 다양한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 유럽 매직클리너(안경닦개) 시장의 80% 이상을 석권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다. 특히 중국의 추격세가 무섭다. 이 회사는 중국 제품을 따돌리기 위해 고급품 개발에 승부를 걸고 있다.

▽변신만이 살 길〓인터매직은 노래방 기계로 일어선 회사. 브라질 등 몇몇 나라에 일찍 진출한 선점 효과를 거두면서 2000년 매출이 300억원에 이르기까지 급성장했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 성장의 일등공신인 노래방 제품 생산을 중단했다. 앞으로 수요가 줄어들 것을 예측하고 디지털 정보기술(IT) 기업으로 변신키로 한 것. 지금은 DVR 보안카메라 등 새로운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이창우 이사는 “창업 2년차 벤처로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제품이 아니라 신용을 판다〓전자부품 접속 커넥터 등 전문업체인 효성일렉트는 ‘손해를 보더라도 신용을 지킨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바이어 회사측의 실수로 납기일을 잘못 통보받았을 때도 그대로 들어줬다. 임봉순 사장은 “당장은 손해 봤지만 나중엔 더욱 큰 이익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캐주얼 의류업체인 희라통상의 김만호 사장은 “마켓셰어(market share)보다는 마인드셰어(mind share)를 노려라”고 말한다. 서울 본사를 비롯해 해외 생산 공장의 직원 2000여명과 바이어들의 마음을 먼저 사는 게 기술이나 자본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시장의 신호를 읽어라〓디지털 음성녹음기와 통합리모컨 제조업체인 덱트론은 IT 산업의 새 흐름인 디지털 컨버전스 사업에 일찍 뛰어들어 성공했다. 95년 회사를 설립한 오충기 사장은 아날로그 녹음기가 디지털로 바뀌는 추세를 읽고 제품 개발에 나선 것. 제품 수명이 짧은 업종의 속성에 맞게 새로운 물건을 내놓기 전에 먼저 주요 바이어에게 시제품을 보내고 그들의 조언을 듣는 등 시장의 요구를 재빨리 제품 개발에 반영했다.

제빵기 등을 만드는 모닝전자는 각종 해외 쇼에 부지런히 참여하면서 시장의 요구를 파악했다. 그러나 신설 기업에 부스를 설치할 돈은 없었다. 대신 ‘보부상 전술’을 썼다. 제품을 싸들고 부스 사이사이를 누빈 것이다. 물건을 팔지는 못해도 현지의 반응을 알아본 것만으로도 소득이 있었다.

이명재기자 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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