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회장 "차기정부 규제완화 안하면 기업해외퇴출 확산"

  • 입력 2002년 12월 4일 1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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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권은 언제나 집권 초기에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불행하게도 그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차기 정부에서도 이 약속이 실현되지 않으면 우리 기업의 ‘엑소더스(해외탈출)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박용성(朴容晟·두산중공업 회장·사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4일 서울 남대문로 상의회관에서 열린 서울대 기업경쟁력연구센터 출범 세미나에 참석, 인사말을 통해 기업환경 개선과 관련한 역대 정권의 ‘립서비스’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규제 완화된 것 별로 없다”〓박 회장은 “그동안 규제가 상당히 완화되었다고 하지만 이는 단순히 양적인 성과에 불과하고 기업이 느끼는 체감규제는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기업의 발목을 잡는 새로운 규제들이 생겨나는 게 최근의 현실이라는 것.

그는 그동안 “집단소송제 집중투표제 등 경영권 위축을 가져오는 급진적 개혁조치는 선진국에선 부작용 때문에 거의 도입되지 않는 것이며, 경제력 집중억제를 근간으로 하는 현행 공정거래제도는 시장의 활력을 떨어뜨리므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줄곧 주장해 왔다. 그는 “어느 분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립서비스가 아닌 행동으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게 모든 기업인의 한결같은 소망”이라고 말했다.

▽기업 해외탈출 현황과 원인〓산업자원부가 11월 국내 제조업 공동화 대책을 마련할 만큼 뚜렷한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산자부에 따르면 작년 제조업의 해외투자는 36억달러였으며 외국인의 국내 제조업투자는 25억달러로 들어온 것보다 나간 돈이 더 많았다. 5월에 조사된 상의 자료에 따르면 서울지역 제조업체 213개 가운데 44.1%가 생산거점을 이미 해외로 옮겼으며 ‘이전을 계획 중’이라는 업체도 33.8%나 됐다.

LG경제연구원 이지평 연구위원은 “노사분규 고임금 물류비용 지가상승 등으로 5년 이내에 제조업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에 따른 산업 공동화가 가시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기업의 탈출구도 중국 베트남 등지로의 해외 이전이다. 3D업종 기피 현상으로 일손을 구하지 못해 사람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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