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中전문가 "우린 조선족 4세대"…직원 현지화로 시장맹개척

  • 입력 2002년 11월 11일 18시 19분


LG전자 베이징 법인 지역전문가들이 현지 중국인 직원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 LG
LG전자 베이징 법인 지역전문가들이 현지 중국인 직원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 LG

LG전자 중국지주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구기송 차장은 자신을 소개할 때마다 “나는 조선족 4세대”라고 말한다.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때 중국으로 건너간 한국인이 1, 2세대, 이들의 자녀가 3세대로 불리는 데 빗댄 표현이지만 ‘중국에 뼈를 묻겠다’는 각오를 이 한마디로 압축하고 있다. 구 차장은 자신의 자녀들까지도 ‘조선족 5세대’가 되길 내심 바라고 있다.

LG그룹에는 구 차장 같은 ‘조선족 4세대’가 전자 70명, 화학 55명 등 모두 125명이나 된다. 모두 95년부터 계열사별로 운영해 온 지역전문가 과정을 거쳐 태어난 중국시장 개척 첨병이다.

LG그룹은 LG전자가 93년 한국 기업 최초로 중국 후이저우(惠州)시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이후 현재 12개 계열사가 23개의 생산법인을 포함해 모두 36개의 현지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현지 임직원만도 2만5000명이나 된다.

특히 LG전자는 올 중국시장 매출액을 지난해보다 48% 증가한 40억달러로 예상하는 한편 2005년까지 매출액 80억달러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LG화학도 현재 8억달러인 매출액을 2010년까지 46억달러로 늘려 지난해 LG화학 전체 매출액과 비슷한 규모로 키운다는 청사진을 마련했다.

구 차장은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단순히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중국과 중국인을 사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만 신뢰와 믿음이 생겨나고 비즈니스도 순조롭게 풀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LG의 지역전문가 제도는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국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현지화가 중요한데 중국인을 경영에 참여시키는 것 못지않게 현지 업무에 꼭 필요한 직원을 선발해 철저히 현지화시킨다는 전략이다.

LG그룹 정상국(鄭相國) 상무는 “중국전문가 대부분이 평생 중국 근무를 고집하고 최근 들어 중국인과 결혼하는 직원까지 생겨날 정도로 이 프로그램이 양성한 인력은 반(半)중국인화돼 있다”며 “앞으로도 경쟁력 있는 중국전문가를 계속 양성, 중국에서의 사업 기반을 확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