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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0월 31일 1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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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도 마찬가지. 건실한 회사는 하는 일이 간명하고 변명도 없다. 반면 부실기업일수록 사업도 한두 가지에 집중하지 않고 변명할 일이 많다.
공시를 보면 그 회사의 성격을 알 수 있다. 뭐가 주력사업인지 알기 어려울 정도로 사업목적이 많고 자주 바뀌는 회사, 금전관계에 대해 변명성 공시가 많은 회사는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고 싶은 일이 많은 회사〓창흥정보통신은 스스로를 지능형 교통시스템(ITS) 전문업체라고 밝힌다. 그런데 교통시스템과 전혀 상관없는 금광 개발을 재료로 올해 두 차례나 주가가 상한가에 올랐다.
9월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정관의 사업목적을 수정했다. 그런데 새로 추가된 사업목적을 보면 이 회사가 뭘 하고싶은 회사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이미 주력인 지능형 교통시스템 외에 포장공사 무역 전기공사 건설 유통 등 다양한 사업목적이 있는데도 여기에 교통표지판과 전광판 판매, 게임장 운영 및 프랜차이즈, 광산 및 자원개발, 전문소방시설 공사 등을 새로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결국 10월 대표이사가 공모자금 등 회사돈 55억원을 횡령해 구속됐고 주가도 연초에 비해 4분의 1 수준으로 추락했다. 급기야 10월28일 최대주주가 동문건설로 바뀌면서 새 주인을 맞았다.
▽변명이 많은 회사〓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전문업체 가오닉스는 증시에서 듣기 다소 민망한 ‘작전주의 간판’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원래 코스닥에 등록한 신안화섬이란 섬유업체였지만 2000년 10월 대주주가 바뀌면서 IHIC파트너스라는 인터넷 기업으로 변신했다. 그러나 이마저 실패하자 작년 1월에는 또 새 대주주를 맞았고 가오닉스라는 이름의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탈바꿈했다.
가오닉스는 공시가 많은 회사로 유명하다. 8월14일 상반기 결산보고서를 공시한 이후 한달반 동안 공시 건수가 무려 59건. 이 가운데 상당수가 최대주주 변경, 최대주주에게 금전대여, 최대주주 채무보증 등 최대주주와 관련된 것들이다. 돈도 자주 오가는 데다 내용도 복잡하다. 사업구조가 간명한 사무가구업체 퍼시스가 반기보고서 공시 이후 단 한 건만 추가공시를 한 것과는 대조적.
동부증권 장영수 기업분석팀장은 “사업목적이 많다는 것은 주력사업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뜻이고, 최대주주와 금전거래에 관한 공시가 많다는 것은 변명할 일이 많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