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자금대책 전문가의견]“상환기간 늘려 경제살리기부터”

  • 입력 2002년 6월 28일 18시 27분


공적자금을 투입하기 시작한 지 4년여 만에 정부가 손실액 상환방안을 내놓으면서 금융 재정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활발하게 터져나오고 있다.

‘고통분담이 불가피하다’는 데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상환기간, 분담비율 등에 대해서는 정부와 다른 의견이 적지 않다. 27일 정부가 발표한 상환방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제안을 요약했다.

▽빚 갚는 데에만 신경 쓰면 안 된다〓한국조세연구원 송대희(宋大熙) 원장은 “공적자금의 빚은 대외채무가 아닌 만큼 국부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전제하고 “돈 갚는데 너무 신경 쓰지 말고 거시경제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공필(崔公弼) 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단기 손실분담에 대한 평가보다 중장기적으로 빚 갚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키워 자연스럽게 상환능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금융권 분담은 ‘탄력적’으로〓송 원장은 “금융권 분담액을 너무 무리하게 운영해서는 안 된다”고 제안했다. 명분에 집착하기보다 금융권의 경영상태를 봐가며 경영실적이 나쁜 해에는 다음해로 부담을 넘기는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는 것.

최 위원도 “최근 은행의 수익증가는 저금리 기조라는 특수한 상황이 만들어낸 결과인 만큼 수익기반을 더 다져야 민영화도 앞당기고 공적자금 회수도 쉬워진다”고 말했다.

민간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금융권 분담은 정부의 무리수”라고 지적하면서 “증시가 살아날 수 있도록 주식물량 공급을 억제하는 쪽으로 정부가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왜 한 세대가 다 갚는가〓서울대 이창용(李昌鏞·경제학) 교수는 “정부 방안대로 한 세대 안에 공적자금 빚을 모두 갚을 경우 현 세대의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려 결과적으로 후세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상환기간을 더 늘리면 한국경제 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부채부담이 상대적으로 가벼워지며, 채권 원금을 다른 장기채권을 발행해 갚아나가면 고사 위기에 빠진 채권시장에도 활력소가 된다는 주장이다.

▽‘새 예보’는 어떻게 되나〓정부 상환대책에 따르면 기존 예보기금이 빚 상환을 전담할 청산기금으로 바뀌고 새 예보기금이 신설돼 보험사로서의 영업을 시작한다.

그러나 기존 예보기금이 가진 현금과 회수할 돈을 모두 청산기금에 넣기 때문에 새 예보는 영업 초기에 책임준비금 등 기본적인 재원을 마련할 길이 없어진다. 또 예보가 비용최소화 원칙에 따라 파산결정을 내린 금융기관에 대해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국민경제를 고려해 존속 결정을 내릴 경우 예보가 추가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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