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분담이 불가피하다’는 데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상환기간, 분담비율 등에 대해서는 정부와 다른 의견이 적지 않다. 27일 정부가 발표한 상환방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제안을 요약했다.
▽빚 갚는 데에만 신경 쓰면 안 된다〓한국조세연구원 송대희(宋大熙) 원장은 “공적자금의 빚은 대외채무가 아닌 만큼 국부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전제하고 “돈 갚는데 너무 신경 쓰지 말고 거시경제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공필(崔公弼) 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단기 손실분담에 대한 평가보다 중장기적으로 빚 갚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키워 자연스럽게 상환능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금융권 분담은 ‘탄력적’으로〓송 원장은 “금융권 분담액을 너무 무리하게 운영해서는 안 된다”고 제안했다. 명분에 집착하기보다 금융권의 경영상태를 봐가며 경영실적이 나쁜 해에는 다음해로 부담을 넘기는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는 것.
최 위원도 “최근 은행의 수익증가는 저금리 기조라는 특수한 상황이 만들어낸 결과인 만큼 수익기반을 더 다져야 민영화도 앞당기고 공적자금 회수도 쉬워진다”고 말했다.
민간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금융권 분담은 정부의 무리수”라고 지적하면서 “증시가 살아날 수 있도록 주식물량 공급을 억제하는 쪽으로 정부가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왜 한 세대가 다 갚는가〓서울대 이창용(李昌鏞·경제학) 교수는 “정부 방안대로 한 세대 안에 공적자금 빚을 모두 갚을 경우 현 세대의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려 결과적으로 후세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상환기간을 더 늘리면 한국경제 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부채부담이 상대적으로 가벼워지며, 채권 원금을 다른 장기채권을 발행해 갚아나가면 고사 위기에 빠진 채권시장에도 활력소가 된다는 주장이다.
▽‘새 예보’는 어떻게 되나〓정부 상환대책에 따르면 기존 예보기금이 빚 상환을 전담할 청산기금으로 바뀌고 새 예보기금이 신설돼 보험사로서의 영업을 시작한다.
그러나 기존 예보기금이 가진 현금과 회수할 돈을 모두 청산기금에 넣기 때문에 새 예보는 영업 초기에 책임준비금 등 기본적인 재원을 마련할 길이 없어진다. 또 예보가 비용최소화 원칙에 따라 파산결정을 내린 금융기관에 대해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국민경제를 고려해 존속 결정을 내릴 경우 예보가 추가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