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소송사태 대비하라”…재계 ‘증권집단소송제’ 비상

  • 입력 2002년 1월 24일 18시 01분


‘소액주주 소송에 미리 대비하자’

재계에 ‘소송 비상’이 걸렸다. 주요 대기업들은 소액주주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올해 4월부터 실시될 예정인 증권 집단소송이 봇물을 이루지 않을까 걱정한다. 특히 지난해 말 수원지법이 삼성전자의 전 현직 임원에 대해 97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린 것을 ‘남의 일’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소송에 휘말릴 것에 대비해 임원 손해배상 책임보험에 가입하는가 하면 기존의 형식적인 이사회 운영을 전면 재점검하는 모습이다. 일부 그룹은 각 계열사별로 법무팀 기능을 대폭 강화해 소액주주 소송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

삼성그룹은 증권 집단소송제도 시행에 대비해 최고경영자들에게 IR(투자설명회) 지침을 만들어 배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CEO들에게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발언을 삼가도록 하는 등 ‘말조심’ 훈련을 시키겠다는 것.

또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그룹 구조조정본부의 법무실 인력을 슬림화하는 대신 각 계열사의 법무팀 인력을 보강했다. 이와 함께 98년 4월에 가입한 임원 손해배상 책임보험 한도를 종전의 2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늘렸다. 한편 삼성전자 전, 현직 임원들은 수원지법의 1심 판결에 불복, 최근 서울고법에 항소했다.

LG그룹은 삼성전자 임원진의 손해배상 판결결정이 형식적인 이사회 운영관행에 따른 탓이 크다며 이사회 중심 경영시스템을 더욱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정상국 LG그룹 구조조정본부 상무는 “소액주주 소송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신규투자결정 등 중요한 경영판단을 해야하는 사안에 대해 반드시 이사회 의결를 거치고 사외이사와도 긴밀하게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LG는 외환위기 후 전 임원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 보험을 들어 놓은 상태.

이밖에 SK텔레콤은 올들어 법무팀 인력을 15명에서 22명으로 늘리고 임원에 대해 현재 100억원의 책임보험 한도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포항제철 LG전자 SK 등도 임원 책임보험에 가입했다.

이와 함께 재계는 정치적 결단을 통해 증권 집단소송제 도입을 연기하거나 최소한 국회심의과정에서 기업에 너무 불리하지 않도록 내용이 손질할 것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 전경련과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들이 잇따라 증권 집단소송제 도입 반대를 표명하고 나선 것도 대기업들의 ‘위기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영해기자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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