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 피플]LG애드 신재훈 차장 "남성의 생리대광고 신선"

  • 입력 2001년 12월 11일 18시 51분


‘여성의 마음을 읽어라!’

여성위생용품(생리대) 광고업계의 불문율을 깨고 남자모델(탤런트 고수)을 등장시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대한펄프 ‘매직스’ 광고를 기획한 LG애드의 신재훈 차장(34·사진).

‘생리대 광고 기획은 여성이 제격’이라는 업계 시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성공적인 CF를 만들어낸 신 차장의 비결은 의외로 간단하다.

“여성의 전유물인 생리대를 남자의 시각에서 봤을 뿐이죠. 소비자들에겐 그게 신선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생리대를 ‘제대로 볼 수 있기까지’ 신 차장이 겪은 우여곡절은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얼마전 멜 깁슨이 여성 속옷의 광고기획자로 출연한 영화 ‘왓 위민 원트(What Women Want)’에서 주인공이 립스틱을 바르고, 스타킹을 신고, 코에 팩을 붙이는 장면을 보고 마냥 웃을 수만 없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

98년말 처음으로 생리대 광고를 맡은 뒤 그는 생리대의 구조와 기능을 파악하기 위해 경쟁업체 제품들을 종류별로 수백개를 사서 찢어보기도 하고, 잡아당겨 보기도 하고, 이리저리 살펴보기도 하고 며칠동안 씨름을 했다. 만나는 여성마다 어떤 제품을 쓰는지, 선택기준은 무엇인지 꼬치꼬치 묻는 바람에 영문을 모르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경계 대상’이 되기도 했다. 마침내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공허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일주일 동안 생리대를 착용하고 다녔다.

신차장은 결국 ‘생리대는 부드러워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여기에 여성 모델만을 쓰는 생리대 광고에 ‘남자 모델을 써보자’는 파격적인 생각이 곁들여져 등장한 모델이 바로 부드러운 이미지의 남자탤런트 고수.

내년 3월부터는 ‘2001 매직스 광고모델 선발대회’를 통해 뽑은 여성 모델이 고수의 여자친구로 등장하는 새로운 CF를 기획하고 있다고 신 차장은 귀띔했다.

90년 연세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현대자동차 마케팅부에서 3년동안 근무하기도 한 신 차장은 “실감나는 소설이 저자의 인생 경험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설득력있는 광고도 기획자의 경험에서 나오는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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