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1.8%성장 의미]경기 내년초까진 '옆걸음'

  • 입력 2001년 11월 22일 18시 31분


3·4분기(7∼9월) 성장률 발표를 계기로 경기회복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질 경제성장률(국내총생산·GDP)이 예상보다 다소 높게 집계되자 경기 저점을 지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수출경기 둔화세나 소비침체 등을 감안할 때 상승국면 돌입을 단정하기는 어려운 상태라는 게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경기가 ‘횡보 수준’에 돌입했다고 분석하면서도 횡보세가 적어도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상승국면 오는가〓정부는 4·4분기 성장률이 3%대를 기록, 경기침체를 탈출하기 시작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40조원의 재정지출이 4·4분기에 집중되고 추경예산도 5조원 이상 비축해둔 데다 쌀 작황까지 지난해보다 좋다.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역시 ‘지표를 떠나’ △최근의 유가하락 △재정투입과 특소세인하 △주가상승에 따른 소득증가 효과 등으로 3·4분기보다는 경제여건이 좋아질 것으로 내다본다.

주식시장은 미국의 10월 경기선행지수가 상승하고 소매판매가 증가했다는 점을 들어 경기가 저점을 통과한 것으로 반기는 분위기. 4·4분기 성장률이 3%대를 넘어서면 이 같은 낙관론은 더욱 힘을 얻을 전망이다.

그러나 지난해 4·4분기 경제성장이 최악(전분기 대비 -0.4%)이었던 만큼 이와 비교한 올 4·4분기 성장치를 보고 경기 상승을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 있다. 한은이 경기국면을 파악할 때 가장 신뢰하는 지표인 ‘GDP순환변동치’는 3·4분기에도 여전히 저점에 근접하며 하락하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3·4분기 경기가 바닥을 치기는 했지만 상승국면으로 옮아가고 있다고 단정하지는 않았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경제가 더 이상 나빠지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수출회복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해 내년 상반기까지 체감적으로 경기회복을 느끼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승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수출부진 외에 기업실적 악화로 소비지출이 여전히 막혀 있는 점을 걸림돌로 꼽았다.

▽세금이 최악의 성장률을 막았다〓1.8% 성장은 미국 테러사태 등을 감안하면 ‘파국을 면한’ 수준이다.

이 같은 ‘선전’에는 정부의 재정투자가 촉발된 건설업의 7.3% 성장이 절대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에 51조원의 재정자금을 쏟아부은 정부는 3·4분기에만 34조원을 투입, 재정의 성장기여율이 3·4분기에는 51.3%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성장의 내용은 여전히 불안하다. 제조업과 농어업 모두 전년 동기대비 마이너스 성장했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성장을 주도했던 정보기술(IT) 분야의 성장기여도가 마이너스대(8.2%)로 나타나 전통 굴뚝산업이 근근이 성장을 이끌었다.

<박래정·천광암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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