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매각조건등 까다로워 은행민영화 첩첩산중

  • 입력 2001년 8월 28일 18시 40분


김대중 대통령이 은행 민영화를 서두르라고 내각에 지시했지만 민영화가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고 시간도 많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소유지분제한을 10%로 확대하는 은행법이 개정되고 공적자금관리위원회(위원장 박승)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실적으로 은행을 살 수 있는 사람이 국내에는 그다지 많지 않은 실정이다. 주식시장에 내다 파는 것은 물량압박 때문에 불가능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정부가 대주주인 금융기관 (단위:%)
금융기관정부지분율
조흥은행80.05(예보)
한빛은행100(우리금융)
서울은행100(예보)
외환은행한은(17.8) 수출입은행(18.2)
제일은행49(예보, 재경부)
국민은행6.48(정부)
주택은행14.5(정부)
평화은행100(우리금융)
광주은행100(우리금융)
경남은행100(우리금융)
대한생명100(예보)
하나로종금100(우리금융)
(자료:금융연구원)

▽은행 민영화, 쉽지 않다〓은행을 민영화하려면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공자위에는 민간위원이 다수 참여하고 있어 의사결정이 쉽지 않다. 99년부터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대한생명과 서울은행은 아직도 못 팔고 있다. 헐값매각 시비에서 벗어나기 위해 매각에 각종 조건을 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재경부는 지분제한을 10%로 확대하고, 제조업비율을 25% 이하로 낮추는 조건으로 중견재벌에게도 은행 지분소유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그러나 금융전업가(개인)나 전업그룹(대신증권 교보생명 등)의 은행 지분인수가 힘든 실정이고, 동양 한화 동원 등 제조업 비중이 낮은 중견그룹도 은행 경영에 제한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민영화는 외국인 지배 확대?〓당장 은행을 민영화할 수 있는 방법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을 해외에 파는 것이다. 외국인은 금감위의 승인을 받으면 제한 없이 은행주식을 소유할 수 있다. 골드만삭스(국민은행) ING베어링(주택은행) 칼라일(한미은행) 코메르츠방크(외환은행) 등이 현 정부 들어 국내 은행의 대주주가 된 것은 이런 규정에 따른 것.

그러나 해외에 내다 파는 것도 쉽지 않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의 주가가 2000∼3000원선에 불과해 헐값매각 시비가 있는 데다 외국자본도 부실자산 정리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 또 민영화는 자칫 은행의 외국인 지배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시에는 물량압박〓증시에서는 은행 민영화가 가뜩이나 취약한 수급불균형을 심화시켜 주가에 나쁜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굿모닝투자신탁운용 강신우 상무는 “은행 민영화는 중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라면서도 “단기적으로 물량압박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에서는 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52조원)을 조속히 회수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내년에 지자체장과 대통령 선거가 있는 만큼 공적자금이 선거이슈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은행 민영화를 서두르는 측면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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