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에 실망한 돈, 채권-주식에 대거 몰려

  • 입력 2001년 8월 10일 18시 30분


채권값과 원화가치 및 주가가 한꺼번에 상승하는 ‘트리플 강세’가 오랜만에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인하한데다 엔-달러환율이 급락하는 등 국내외 여건이 시장에 유리하게 작용한 때문이다. 저금리에 실망한 시중자금이 단기차익을 노리고 채권과 주식시장에 몰리고 있는 것도 채권값과 주가 상승에 영향을 줬다.

다만 채권값이 오른 것(수익률 하락)은 당분간 경기회복이 불투명하다는 것을 뜻하며 원-달러환율이 내리는 것(원화가치 상승)은 수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트리플 강세의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국고채수익률 4.9∼5.1%선에서 숨고르기〓“경기회복이 늦어져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당초 전망했던 3.8%보다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는 전철환(全哲煥) 한국은행총재의 발언이 채권 수익률을 끌어내렸다. 경기회복이 늦어질수록 자금수요가 적어 저금리 현상이 장기화될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대우증권 마득락 채권영업부장은 “3년짜리 국고채 수익률이 이틀 동안 급락한데 대한 경계심리가 많다”며 “연 5%선에서 숨고르기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증권 장영규 채권분석팀장도 “국고채 수익률은 5%선에서 오르내리다 한은이 4·4분기중에 콜금리를 한차례 더 내릴 경우 채권수익률은 더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달러환율 1270∼1290원선에서 등락〓달러화가 갑자기 약세를 보이면서 원-달러환율도 급락(원화가치 상승)하고 있다.

엔-달러환율은 9일밤 뉴욕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1.84엔이나 떨어진(달러 약세) 121.74엔을 기록했다. 10일 도쿄 외환시장에서도 121엔대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이 ‘강한 달러’ 정책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미국이 여섯차례에 걸쳐 금리를 2.75%포인트나 내리고 감세정책을 통해 약 400억달러의 세금을 국민에게 돌려줬는데도 경제가 회복되지 않자 강한달러 정책을 수정할 것이라는 것.

또 일본 기관투자가들이 9월말 반기결산을 앞두고 미국에 투자한 자금을 빼오고 있으며 유럽중앙은행(ECB)이 30일 열리는 정책협의회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도 가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엔-달러환율이 120엔대 이하로 떨어지는 것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한국은행 이응백 외환시장팀장)이다.

다만 환율이 급락할 경우 가뜩이나 위축되고 있는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는 외환당국이 ‘시장개입’에 나서고 있다. 한미은행 유현정 외환딜러는 “원-달러환율이 1270원대로 떨어질 때마다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서 달러 매수 주문이 나온다”며 “엔-달러환율이 급락하지 않는 한 원-달러환율은 1270∼1290원선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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