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반도체등 수출 편중 탈피…품목 지역 다양화 시급"

  • 입력 2001년 8월 2일 18시 46분


“수출부진이 심각한 상황에까지 갔지만 당장은 뾰족한 대책이 없다.”

“수출품목은 반도체에, 수출지역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집중돼 있는 ‘수출편식’이 문제다. 이번 기회에 중장기적인 수출 구조조정작업에 나서야 한다.”

2일 삼성경제연구소 LG경제연구원 등 민간경제연구소, 한국산업연구원(KIET)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등 국책 연구기관, 민간기업 수출담당자들은 최근의 수출부진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출구조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치우친 수출구조〓세계 경기에 한국 수출실적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수출구조가 품목이나 지역 모두 지나치게 한 쪽으로 몰려 있기 때문이다. 수출 비중이 높은 지역이나 품목의 경기가 좋을 때는 대호황을 누리지만 불경기를 탈 때는 수출도 급락하는 ‘냉탕 온탕’현상을 면치 못한다는 설명이다.

최낙균(崔洛均) KIEP 무역투자실장은 “한국의 수출시장은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이 50%를 넘을 정도”라며 “수출품목도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장치산업 위주의 10대 품목이 전체 수출의 56%나 돼 세계 경기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없는 약점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LG화학 조규택 해외지원팀장은 “합성수지 수출시장의 절반 이상이 중국인데 중국 수요가 줄어드니 합성수지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20%나 떨어졌다”며 “공급과잉이지만 공장시설은 놀릴 수 없어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탈출구는 없나〓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단기대책은 없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출기업들이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현재 달러당 1300원 수준인 약세 환율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낙균 실장은 “세계 무역의 70%가 EU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같은 협정체결국 역내에서 이뤄지고 이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라며 “한국도 장기적인 수출회복을 위해 자유무역지대 가입이나 협정체결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교형 삼성물산 상사기획 상무는 “세계 경기는 시간이 지나면 다소 좋아지겠지만 중국과의 경쟁은 갈수록 악화될 가능성이 많다”며 “더 늦기 전에 중국의 개별산업상황을 면밀히 연구하고 대책을 세우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현수 KIET 연구위원은 “반도체 한 품목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1∼17%일 정도로 수출구조가 불량하다”며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 제품의 비중을 늘릴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광현기자>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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