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경쟁력 비결]정부, 위기때도 시장개입 안해

  • 입력 2001년 7월 19일 18시 56분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가 선정한 2001년 세계 500대 기업 중 한국기업은 삼성전자 SK텔레콤 한국통신 한국전력 등 4개였다.

이에 비해 스위스 기업은 네슬레 ABB UBS 아데코 등 11개였다. ‘작은 나라’ 스위스에는 거대 다국적기업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중소기업들도 수두룩하다.


스위스 기업경쟁력의 가장 중요한 원천 중 하나는 ‘시장을 존중하는 작은 정부’라는 게 스위스 경제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스위스는 아예 ‘강한 정부’가 불가능한 정치구조를 갖고 있다. 연방(Bund)정부 아래 상당한 자치권을 가진 주(Canton)와 구(Gemeinde)가 있다. 연방각의는 연방의회에서 선출된 7명의 각료로 구성되고 이들이 1년씩 돌아가면서 대통령직을 맡는다.

변호사 겸 컨설턴트인 우르스 루스텐버거 박사는 “과거에는 스위스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 한 독점카르텔도 금지하지 않았을 정도로 규제를 피했다”고 설명했다.

농업을 제외하고는 산업보호도 금기시한다. 스위스기계전기공업협회 루카스 지그리스트 박사는 “스위스에서 카메라산업이나 자동차산업이 위기를 맞았을 때도 이를 살려보려는 정부의 노력은 없었다”면서 “기업들이 혁신을 통해 스스로 살길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카메라 업체는 변신을 통해 세계적인 거리측정 광학기기업체가 됐다”면서 “승용차산업은 사라졌지만 청소차 스키장차 등 특수차량업체는 번성 중”이라 설명했다.

취리히는 15세기부터 비단으로 부를 축적한 도시다. 과거 비단업체들은 더 이상 비단을 만들지 않지만 대신 섬유기계를 들고 세계를 누비고 있다. 세계시장의 33%가 이들의 몫.

루스텐버거 박사는 “스위스는 임금과 물가가 높기로 유명한데도 많은 기업들이 몰려오고 있다”며 “기업활동에 대한 정부간섭 등 간접비용이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취리히〓천광암기자>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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